며칠 있으면 추석이다. 추석이면 그 해에 고마운 분들께 추석맞이 선물을 한다. 올해도 선물목록을생각하다가 일단 홍삼을 선물로 골라서 몇 박스 구입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고마운 분을 위해드리는 마음으로 홍삼을 택했다. 때로는 가까이 살아도 사는 게 바쁜다는 핑계로 도리를 하고 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런 명절에라도 명절을 핑계 삼아 부담스럽지 않은 한도 내에서 작은 선물을 드리며 내 고마움을 전하려고 하는 펜이다.
다음 주면 추석이라 이번주말에는 무엇을 할까 하다가 미루고 무루던 계획을 실천하기로 했다.작년에 위암투병을 하시다가 이제 차츰 안정기에 접어드신 큰엄마도 생각이 나고 그 근처에 사시는 90세를 훌쭉 넘기신 큰고모도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마음먹은 김에 찾아가 뵈려고오늘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가는 길에 빵집에서 어르신들 드시기 편하신 부드러운 빵도 준비했다. 차 안에 싣고 가는 홍삼과 빵을 보니 찾아뵙기도 전에 큰엄마와 큰고모가 좋아하실 생각을 하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 큰 고모네부터 찾아뵈었다. 의사소통은 거의 힘들어 보이시지만 고모의 행동과 표정으로 엄마와 내가 반가우신 모양이셨다. 고모의 손이 내 손을 덥석 끌어당기고 있었다. 한참을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평상시 우리가 그렇게 다정한 관계도 아닌데 고모도 누워만 계셔서 사람이 반가우신 듯싶으셨다. 고모네 집을 나오면서 기력도 없으신데 돌아가는 나를 배웅하신다고 거동도 힘드신데 일어나시는 모습을 뵈니 찾아뵙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다음 행선지는 근처 큰엄마집으로 향했다. 생각지도 못한 방문에 어리둥절하셨지만 여전히 반가워하셨다. 안부를 묻지 못한 사이에 다행히도 한결 건강해지신 모습이셨다. 큰엄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은숙이도 많이 늙었구나" 하시면서 뜬금없는 말씀을 하셨는데 너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시는 사실적인 표현에 섭섭할 뻔했으나 오랜만에 너무 반갑다는 이야기 시겠지 하고 내 나이를 말씀드리면서 자연스레 웃어넘겼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힐끗 바라보며 천천히 나이 들자며 '내가 그렇게 늙었나' 하면서 자기 관리에 더 분발하자면서 소심한 다짐을 했다.
살다가 보면 할까 말까를 두고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있는데 그게 누군가를 생각해 주는 마음을 쓰는 일이라면 대체로 하는 편이 옳은 것 같다. 망설이지 말고 좋은 마음으로 이왕이면 기분 좋게 하는 편이 마음 편하고 가치 있는 것 같다. 오늘 일정이 비록 몸은 바빴지만 마음을 제대로 쓰니 흐뭇하니 보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