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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가까이 세탁소가 오픈을 했다. 옷 한번 맡기고 찾는 것도 퇴근 후 시간 내서 가기가 은근히 귀찮고 바쁜 탓으로 핑계하면서 미루기 일쑤다. 그런 나에게 가까운 세탁소는 너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주는 오픈 기념이라 세일까지 한다고 써 붙이셨다. 반가움에 몇 가지 옷을 챙겨서 가보니 뜻밖에 연세가 꽤나 지긋하게 있으신 분이 사장님이셨다. 정년퇴직을 하시고 제2의 인생을 세탁소로 정하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져온 옷을 보시더니 노트에 동호수와 휴대폰 번호를 적고 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잘못 들었나 싶었으나 내 눈앞에는 누군가의 동호수와 폰번호가 적힌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지금 이 시스템은 뭔가 싶어서 깜짝 놀라서 의아하게 물었다.
"영수증은요?"
"그런 것은 없어요. 다되면 연락드릴게요."
너무나 당당하게 말씀하셨다.
아주 오래 전의 옛날 방식인가. 영수증이 없어서 내 옷의 개수를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곳을 보면 영수증과 다음 옷을 찾으러 올 때 제대로 맞는지 옷을 서로 대조해 보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으니 오로지 나의 기억력과 사장님의 업무처리능력을 믿어야 할 뿐이다. 반신반의하면서 애매하게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시스템이 불안해서 옷가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정확한 내가 챙겨가는 영수증인 셈이다. 가짓수가 적으면 문제는 안되는데 맡기는 세탁물이 많으면 나중에 기억의 회로가 쌍방향 불일치하면 곤란해지니 말이다. 그렇게 세탁소를 나오면서 뭔가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제 가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집 앞이니 지나갈 때마다 힐끗 안을 들여다보게는 된다. 지나갈 때마다 남편께 참 여기는 불편해서 누가 오겠냐고 요즘 시대에 저런 방식을 이용하시는지 모르겠다했더니 나더러 오지랖이라고 했다. 내 오지랖일 수도 있으나 그래도 요즘 같은 세상에 편리한 시스템 구조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런 시스템의 세탁소는 불편한 느낌이 들 수 있고 그럼 손님이 당연히 끓길 텐데 하는 걱정이 들어서이다. 이왕 연세가 있어서 차리신 만큼 잘되면 좋은데 말이다. 어디까지나 내 오지랖은 그래도 세탁소를 걱정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정말 말 그대로 오지랖였고 장사는 그럭저럭 가게 안에 걸린 옷의 가짓수를 보면 잘 되는 것 같았다. 불편해서 안 가겠다는 나도 어느 순간 가까우니 편해서 종종 그곳을 이용한다. 그리고 지금은 집 가까이에 세탁소가 있어주니 고맙기도 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식만이 옳은 방식일 수 없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요즘 대형 세탁소들이 참 많다. 그 곳에서 세탁물을 처리하기 보다는 다른 곳으로 한꺼번에 옷을 다 넘겨서 세탁이 된 후에 배송이 되는 방식이라서 세탁소를 지나쳐도 세탁이 된 상쾌한 냄새룰 느낄 수가 없다. 그런데 조금은 서툰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 이 곳은 지나칠 때마다 갓 빨래가 다 된 비누냄새같은 빨래냄새가 폴폴 흘러나온다. 기분이 덩달아 상쾌하게 좋아진다. 이제는 나의 오지랖으로 소신 있게 운영하시는 사장님을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