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라 나갈까 말까 잠깐 고민한 끝에 이대로 집안일만 하다가는 분명 후회할 것 같아서 늦잠과 집안일은 잠시 미뤄두고 노트북에 책 두어 권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차로 10분만 가면 조용한 카페가 있다. 2층짜리 건물인데 1층은 주로 약속이 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2층은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가져와서 보는 사람들이 모인다. 애써 구분을 지은 것은 아니겠지만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구분이 된다. 그래서 2층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어느 날은 오전에는 유난히 조용해서 카페인지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은 아마도 도서실인가 할 정도의 착각이 들 것만큼이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카페보다는 시끄럽지 않아서 찾는다.
뱅쇼 한잔을 시켜 놓고 주변을 돌아보니 오늘이 유난히 그 여느 때보다 차분했다. 조용함에 이끌려 이 공간을 물끄러미 둘러보았다. 차분한 음악을 배경 삼아서 노트북으로 무언가에 열중인 사람, 책을 보는 사람, 공부를 하는 사람 모두 안정적인 모습이다. 하물며 네 식구가 모여서 브런치를 하는 것 같은데 식사를 하는 모습마저도 침착하니 평온하게 느껴졌다. 제 각자 무언가를 하지만 부선스럽지 않고 휴일스럽게 카페 안이 주는 분위기는 휴식 같은 느낌이 절로 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조용한 공간 속에서 어느 누군가는 답답함을 느낄 테지만 적어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이 공간 안에서 평온해 보이는 모습이라니. 역시 우리는 저마다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고 마음이 끌리는 자리가 있는 것 같다. 자기다워지는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살다 보니 자기다워지는 공간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느 곳에 가면 '내가 여기 왜 있지?' 하는 이질감이 들어서 낯설고 불편할 때가 있다. 다수가 그 공간 속에서 웃어도 내가 마음 편하지 못하고 웃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각자 다양한 성격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라 우리가 있어야 하는 곳은 정답도 없고 결국 자신이 어느 곳에 어울리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신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모두 나와 맞을 수 없다. 서점에 인간관계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사이의 갈등과 문제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내 마음에 맞는 대로 선택한 대로만 알고 지낼 수는 없다. 그래서 서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나이를 먹어도 사소한 갈등이 주는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해서 나름의 스트레스도 생기고 문제가 되지만 최근에 분명한 마음이 생겼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억지로 에너지를 쓰면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나 자체를 그대로 보여도 인정해 주고 서로에게 웃어줄 수 있는 관계가 피곤하지 않고 오래갈 관계가 될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힘들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는 내 감정을 비켜두고 내 감정을 속이고 싶지 않다. 나를 누군가에게 양보해 가며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애쓰지 않아도 될 곳에 마음을 내주는 것은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일 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늘 그 점을 염두하기로 했다. 그렇지 못하면 불편한 감정 속에서도 그 감정을 참아가면서 마치 성격 좋은 척 스스로를 혹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싫은 소리 잘 못하는 내 성격에 여직 내가 그런 편이었고 결국 감정소비로 휘둘리는 내게 남는 것은 늘 없었다. 관계에 대해서 내게 어울리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므로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너무 애쓰지 말기로 나와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