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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Jan 26. 2024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요

삿포로에는 맛있는 게 참 많습니다.

스프카레, 징기스칸, 유제품…

나를 만나러 온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삼시세끼 열심히 돌아다니며 챙겨 먹이지만 못 먹고 가는 맛집들이 훨씬 많죠.

그거 먹어. 두 번 먹어. 꼭 먹어!

오는 사람마다 강추하는 음식들도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삿포로에서 먹은 어떤 음식이 가장 생각이 날까요?

음… 세븐일레븐 오니기리 같습니다. 허허…


음식에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오십 년 몸에 익은 입맛은 바뀌기 어려운지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의 음식이 그리 땡기지는 않네요.

게다가 겨울이 되니 저 추운 눈보라를 뚫고 가서 끼니를 때우고 싶은 마음도 쏙 들어갑니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내가 아르바이트했던 편의점에서 오니기리를 사들고 들어옵니다.

저녁때 식당을 찾을 의지와 체력이 남아있는 날은 그 오니기리는 다음날 아침 식사가 되고, 외출을 포기할 만한 상태이면 그건 저녁식사가 됩니다.

처음에 일본에 왔을 때는 참치마요와 명란 오니기리만 먹었었죠.

가챠뽑기마냥 아무거 집어 들었다가 입맛을 망칠 용기가 없었으니까요.

삿포로살이 6개월 만에 이젠 다양한 오니기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비릿 짭짤한 스지코, 담백한 시오콘부, 시큼한 우메보시, 만만한 고모쿠와 와카메…

이러저러한 오니기리 하나와 끓는 물만 부어주면 되는 미소시루 스프 하나면 한 끼 해결됩니다.


우리 큰 딸의 소울푸드는 엄마가 만들어 준 시금치나물입니다.

살짝 데쳐 아삭한 맛이 남아있는 시금치에 약간의 마늘과 소금, 참기름으로 간을 하고 통깨를 솔솔솔 뿌린 슴슴하고 깔끔한 맛의 시금치나물이죠.

딸애가 대학생이 되어 독립할 때, 엄마가 해준 시금치나물 먹고 싶으믄 어뜨케엥~ 하며 아쉬워할 때 니 감성팔이에 내 노동력 갈아 넣지 말고 니가 만들어 먹어라며 싸가지 없이(?) 말하는 바람에 딸애가 삐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나중에… 여보~ 나 세븐일레븐 오니기리 먹고 싶엉, 어뜨케엥~ 하면 무슨 대답이 돌아올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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