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오키나와는 로손과 패미리마트 천지였다. 자잘한 카페나 음식점이 많지 않았지만, 편의점은 흔했다. 편의점에서는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 온전한 식사, 1인 가구에 적당하게끔 소분된 식재료, 어묵, 치킨 등의 간단한 스낵, 테이크아웃 커피와 각종 공산품, 잡지와 단행본이 잘 진열되어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한결같이 청결한 매장에 다양한 물건들이 규칙을 가지고 정리되어 있다. 마트나 카페, 서점, 음식점이 많지 않고 그를 대체하기 위해서 편의점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매장에는 눈을 끄는 소란스러운 선전이나 가판대 없이 모든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방해하는 일 없이 적당한 거리를 가지고 쇼핑을 한다. 누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먼저 온 사람이 다 보고 비켜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린다. 일본의 서비스는 편리하다. 상대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여 세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완벽하게 수행한다. 사람들 간의 접촉을 꺼리고 개인 공간을 유지하고 보호한다. 접객하는 직원은 개인의 인격 대신 입력된 매뉴얼대로 질서 있게 배치된 부속처럼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정해진 규격에 맞춰 흐트러짐 없는 진행 속에서 편리함을 느낀다. 사람과의 접촉과 자극을 배제한 멸균상태에서 건조한 편안함을 느껴졌다.
타인의 건조한 일상이 이벤트가 되고 즐거움이 되는 것은 여행자의 특권이다. 낮에는 바다를 가고 밤에는 시내를 돌아다녔다. 3월의 오키나와는 바람이 많고 습도가 높았다. 물기 어린 바람을 맞으며 감탄할 정도로 깨끗한 거리를 걸었다. 구글맵을 손에 쥐고도 가로등 하나 없는 엉뚱한 골목에 들어섰고 물소리가 들리는 개천가 산책로를 걷기도 했다. 특별할 것 없는 거리를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좋았다. 밤 산책 중 마주친 어두운 골목 안의 작은 이자카야나 바를 한 번 가보자 이야기했고, 결국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가지 못 했다.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을 지나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나긋한 시간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