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입을 삐죽거렸지만,
"요가 선생님이 되기에 너무 뚱뚱하지 않나?"
"못하는 아사나(요가자세)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요가 지도자 자격증, 그러니까 TTC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내내 맴돌던 생각.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올 초엔 다낭성난소증후군 때문에 살이 부쩍 찌기도 했고,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PT를 등록했다.
선생님을 뵈러 갔던 어느날,
PT를 받고 있다고, 등 근육이 갖고 싶다고, 그래서 요가를 더 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조그맣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요가 하면 다 되는데."
그때, 조금은 야속한 마음이 올라왔다.
선생님은 특별한 사람이라, 나같은 보통사람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했다.
마치 타고난 것처럼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생님.
선생님이 수련 도중 플로우 시범을 보여주시거나, 영상을 올려주신 것을 볼 때면
항상 넋을 놓고 보게 되었다.
선생님의 몸짓에는, 단순히 아사나를 잘한다는 것을 넘어서는 특별한 아우라가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신성함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SNS에 아사나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머리서기나 바카사나도 잘 못하고, 차투랑가도 팔힘이 없어 헐랭하게 해서 매번 엉덩이가 하늘로 솟았다.
요가를 잘하기 위해서,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PT에서 멈추지 않고 필라테스도 등록해서 들었다.
중간중간 도수 치료도 받았다.
그리고 TTC 과정을 하는 도중에 모든 것을 그만뒀다.
정말 요가만 하면 될까?를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고,
TTC를 하며 요가가 더 재밌어져, 요가 수련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이기도 했다.
정말 매일매일 수련했다.
백신을 맞아 팔 들 힘도 없던 며칠을 제외하고는
매일 요가원에 가서 매트 위에 앉았다.
만족스러운 수련을 하는 날도 있었고, 만족스럽지 않은 날도 있었다.
TTC 과정은 여러모로 나를 도와주었다.
철학을 배우며, 요가는 아사나가 전부가 아님을, 그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사나 수업을 들으며 기반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바닥에 닿아 있는 손과 발, 그 단단한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기반은 몸에서도 마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철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물으셨다.
자신의 수련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나요?
손을 든 사람은 적었다.
자, 그럼 손을 들지 않은 분들은 왜 수련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선 나를 지긋이 바라보셨다.
"아, 선생님,, 저는 만족스러울 때도 있는데,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
"왜 만족스럽지 못해요?"
"잘 못한 것 같아서요. 자꾸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데 안 한거에요? 아니면 못하는 거라 못한 거예요?"
"할 수 있는데, 겁이 나거나 힘들어서 안할 때도 있고, 정말 못하는 거라 못할 때도 있어요. 잘 모르겠어요."
"그 지점을 잘 알아차려야 해요.
물러서야 할 때와 물러서지 않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해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은 이전에 내가 블로그에서도 썼던 적이 있는,
그러나 잊고 있었던 이야기였다.
애쓸 때와 애쓰지 않아야 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
요가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사나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사나를 하면서 그 지점을 구분해내는 연습을 하고,
일상에서도 그걸 알아차리고 실천하기 위함이다.
흔히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몸을 지배할 때가 더 많다.
몸은 더 나아갈 수 있는데 아프고, 괴롭고, 하기 싫은 마음이 생기면 몸도 거기서 멈춘다.
아사나에 머물 때 괴로운 마음이 가득하다면 그건 좋은 수련이 될 수 없다.
그걸 듣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대화 이후의 수련은 한결 좋아졌다.
매일의 몸과 마음, 컨디션이 다르기에 나를 밀어붙이려고 하지 않았다.
잘 되는 날도 있었고, 여전히 잘 되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오늘의 수련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달까.
수요일의 저녁 수업에서는 에카 파다 쿤디니아사나가 됐다.
따로 연습을 하진 않았는데, 뒷다리가 들려서 나도 신기하고, 선생님도 무척 신기해하셨다.
수련을 마치고 항상 엘리베이터 앞에서 수련생들을 배웅해주시는 우리 선생님,
"와, 에카 파타 쿤디니아사나를 할 수 있었어? 열수의 결과인가!!"
하면서 칭찬해주셨다.
단순히 아사나를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분이 아니시기에,
요가 하면 다 된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리던 나를 아시기에,
내가 열심히 수련한 사실을 알아봐주신 거라 생각하니 매우 기뻤다. �
(선생님은 어떻게 다 아실까? 진짜 신기할 때가 많다.)
그러고보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몸도 많이 변했고,
여전히 못하는 아사나는 참 많지만 남과 비교해서 마음이 쭈그러지는 일이 적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정작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은 몸도, 근력도, 아사나도 아니고 내 마인드였다.
내 마음을 다잡아 준 것도 요가였고,
몸 구석구석 유연성과 근력을 길러준 것도 요가였다.
TTC 과정이 다 끝나고 나서야 선생님의 말을 다시 되새기며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요가 하면 다 되는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