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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Feb 09. 2017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

감독 수오 마사유키

출연 카세 료, 세토 아사카, 야마모토 코지


이 영화는, 제목 때문에 보게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구구는 고양이다에 나온 카세 료가 출연한 영화라는 점도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흥미를 높이기엔 충분했지만, 처음 이 영화를 DVD방에서 발견했을 땐 카세 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때이기 때문에 카세 료가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직접적인 이유라고 설명하기엔 좀 부족한 점이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뭔가 죄 진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순진해보이기 그지 없는 모습의 카세 료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영화 제목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대체 뭘 하지 않았다는 걸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의 포스터

영화는 만원 지하철에 역무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탑승한 남자가 옷 자락이 지하철 문에 끼여 이를 빼내려고 하다가, 치한으로 오해 받는 바람에 재판을 받게 되는 과정을 오롯이 담아낸다. 그래서 일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만 기억됐을 수도 있다.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솔직히 영화가 시작한 후 얼마되지 않아 나 역시 살짝 지루함을 느꼈다. 영화는 텟페이의 친구와 어머니가 이 사건에 적극 개입하고, 그를 도우려고 하는 순간부터 생동감을 띠기 시작한다.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재판을 하지만, 그는 무죄 판정을 받지 못한다. 영화는 마지막에 항소하겠다는 그의 말로 끝이 난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 텟페이는 적당히 타협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일을 없었던 일로 덮어둘 수도 있었다.
 
죄를 인정하면 벌금을 내고 빨리 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결백을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재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과, 형사들의 취조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가족과, 그의 친한 친구, 변호사 외엔 말이다.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재판관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에게 유죄를 판결한다. 당연히 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그는 이에 대해 항소한다. 그는 마지막 재판까지 가서 이겼을까?
 
사실 대다수의 관객들은 그의 무죄가 입증되지 않는 것이, 그가 적당히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하는 순간, 그것은 진실과는 상관없이 한 것으로 되어버린다. 그는 그런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구나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마찬가지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싸움이다. 어쩌면 그가 싸웠던 상대는 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이겼기를 바라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쩐지 그가 공권력을 상대로 한 이 싸움에 끝까지 승복하지 않고, 싸웠을 거란 믿음이 있다.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평범한 시민에서 한 순간에 지하철 치한이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적잖이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 사실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치한의 손길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한 여고생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단순히 만원 버스라서 조금 부딪힌 것을 치한으로 오인하는 사례 역시 있지 않을까?
 
주인공의 누명이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나기 때문에 뒷맛이 씁쓸하기 짝이 없지만, 끝까지 불의와 싸우려는 인간의 의지만큼은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였다. 궁금하다면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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