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야겠다.
24.03.18
요리를 해보자
- 점심에 콩나물국을 끓였다.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해 봤다. 레시피에서는 간 마늘보다 편마늘을 추천했다. 간 마늘은 국이 지저분해지고 맛이 텁텁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통마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는 간 마늘을 썼다. 무나 다시 백(고추, 덖은 멸치), 홍고추가 없었지만 코인육수, 다시마로 국물을 냈다. 다진 청양고추, 잘게 썬 파가 냉동으로 있어서 이것도 추가했다.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콩나물을 삶는 방법과 간을 맞추는 방법으로 꽃소금과 참치액을 사용하는 것은 지킬 수 있었다.
- 확실히 꽃소금이 천일염보다 잡맛, 씁쓸한 끝맛이 덜하다, 코셔솔트가 없어서 천일염/꽃소금/맛소금 중에 선택하는데 꽃소금도 괜찮은 선택이다. 육수와 참치액이 모자란 감칠맛을 채워준다. 확실히 액젓이나 간장보다는 깔끔하고 비린맛이 덜하다. 그런데 약간의 훈연맛? 같은 게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다 싶었다.
맛 그리기
- 맛을 묘사해 보자면, 매큰한 향 -> 얼큰한 첫맛(파/청양고추/마늘) -> 콩나물 채수-> 참치액/꽃소금 맛의 흐름이다. 고춧가루를 조금 넣었어도 괜찮았겠다. 자칫 짧게 끝날 수 있는 국물맛을 참치액이 조금 더 길게 만들어준다. 뭔가 닥스훈트처럼 생긴 맛이다.
회고
- 음식을 만들 때 맛의 레이어, 최종 결과물을 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재료의 변화/가감에 있어서 맛의 결과물을 상상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하면서 미세조정하는 횟수와 깊이기 얕았던 것 같다.
- 재료 본연의 맛을 뽑아내는데 미숙한 것 같다. 콩나물국, 쉽지만 맛있게 끓이기 어려운데, 이런 요리일수록 재료와 조리에 신경 써야 하는데 정면승부? 를 하지 않고 조미로 숨는 것 같다. 어쭙잖게 이런저런 요리를 할 순 있지만, 할수록 자꾸 무엇을 많이 첨가하면서 덧칠을 하는 편인 것 같다. 덕지덕지 유화 같은 음식을 만들었다면, 미니멀한 추상화처럼 요소를 덜어내는 시도, 재료 맛을 드러내는 요리로 수련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