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반도 미식 여행

스페인 이베리코와 타파스, 포르투갈 해산물 파티

by 심루이


1.

'어제 먹은 음식을 말하면 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별 특색이 뚜렷한 스페인의 독특한 음식 문화는 하루에 5끼 먹기다. 데사유노(아침)-알무에르소(아점)-꼬미다(점심)-메리엔다(간식)-세나(저녁)로 이어진다. 세나는 대략 밤 9시에 시작한다. 이 문화에 기반한 스페인 식당은 간혹 점심은 2시부터 시작하고, 4시부터 7-8시까지 브레이크인 가게들도 많으니 방문 계획이 있다면 미리 영업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도시마다 구글맵에 가보고 싶은 식당을 15-20개 정도 미리 저장해두고 동선과 시간에 맞춰 들리는 방법을 썼다. 메뉴판에 사진이 없는 경우에는 주로 이미지를 다운로드해서 보여줬다. 스페인에서는 10-15유로에 애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가성비 갑 '메뉴델디아'를 점심으로 꼭 먹어보고 주류를 시키면 작은 타파 하나를 공짜로 주는 그라나다에서는 타파스바 투어를 하자!


스페인 사람들은 소금을 사랑하는 것 같다. 심지어 샐러드에도 소금이 팍팍 뿌려져 있어서 과도한 소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검색하고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음식이 짜게 느껴져서 포코쌀!(소금 적게) 혹은 신쌀(소금없이)을 외쳤지만 이내 스페인식 짠맛에 중독되어 나중에는 현지 맛 그대로를 즐겼다. 해산물 천국인 포르투갈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아서 제대로 된 미식여행을 할 수 있었다.


깊이 있게 스페인 요리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라는 책을 추천한다. 도쿄에서 '스페인 요리 문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와타나베 마리가 쓴 책으로 -왜 스페인에서는 쇠고기보다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했을까? -초기 가스파초에는 왜 토마토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쌀을 거의 먹지 않는 지역은 어디일까? 등 스페인 음식에 대한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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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양한 맛이 있는 스페인은 미식의 나라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은 곳이다.


우선 소고기만큼이나 육즙이 풍부한 스페인 돼지고기 이베리코가 있다. 스페인 육류 생산량 1위는 돼지고기다. 와타나베 마리의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에 따르면 스페인 쇠고기 생산은 전체의 26% 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지중해 연안 나라인 이탈리아 축산 생산량이 60% 이상, 프랑스가 50% 이상이라고 하니 현저히 낮은 편이다. 험한 산악지대가 많고 목초가 잘 자라지 않아 소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일뿐더러 5세기부터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서고트족이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영향도 크다.


돼지 뒷다리를 염장해 만든 하몽도 특별하다. 하몽 품질도 단계가 있는데 베요타>세보 데 깜포>세보>세라노 순으로 보면 된다. 품질이 낮은 걸로 먹으면 비릴 수 있으니 좋은 품질의 하몽으로 처음 먹어 보기를 권한다. 베요타는 스페인 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다. 스페인 사람들은 명절이나 생일에도 하몽을 선물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생일 선물로 돼지 뒷다리라니... 낭만은 다소 떨어지지만 내게는 꽃보다 훨씬 완벽한 선물이 되겠다.


빠에야도 대표적이다. 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주변에 가능한 재료들을 모두 때려 넣고 만들어 먹은 볶음밥에서 시작된 빠에야는 한식 볶음밥과 비슷해서 언제나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종종 대형 프라이팬에서 맛있게 볶아지고 있는 각종 빠에야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타파스. 스페인 하면 타파스, 타파스 하면 스페인이 아닌가. 타파스는 작은 요리에 나오는 요리를 칭하며, 핀초스는 작은 바게트에 재료를 올리고 이쑤시개로 고정한 바스크 지방의 타파스라 조금 다르다. 얇게 자른 바게트에 재료를 올린 것은 몬타디토라고 한다. 뽈뽀(문어/갈라시아 지방의 문어요리인 뿔뽀 아 라 가예가'는 문어 아래 감자가 깔려 있다), 감바스(새우/마늘 베이스인 감바스 알 아히요 혹은 매운 알 삘삘 소스로 맛을 낸 감바스 알 삘삘이 있다), 꿀대구(개그맨 권혁수가 먹고 눈물 흘려서 더 유명해졌다) , 솔로미요(구운 등심 타파스), 정어리, 연어, 참치 등 정말 다양한 타파스가 있다. 작은 고추인 피미엔토스 파드론도 빠질 수 없는데 생으로 씹어 먹어도 맛있고 소금과 함께 조리된 것도 꿀맛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올리브. 스페인의 김치. 지중해식 식단을 '메디테라네오'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 올리브가 있다. 소금과 와인을 이렇게 많이 먹는데도 스페인 사람들이 이렇게 건강한 이유는 바로 이 올리브 때문이 아닐까? 여행의 끝 무렵 나는 올리브에 중독되어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올리브를 먹었다. 특히 매콤한 할라피뇨와 함께 꽂혀 있는 올리브-할라피뇨 조합이 최고였다.


코르도바는 소꼬리찜과 살모레호가 유명하다. 소꼬리찜은 우리나라 소갈비찜의 '느끼' 버전이며 살모레호는 토마토, 빵, 올리브오일 등을 첨가하여 만든 코르도바 전통 스프로 빵에 찍어 먹으면 일품이다. 토마토와 오이, 마늘, 양파, 올리브오일로 만든 차가운 토마토 스프인 가스파초도 있다. 카탈루냐 지방에서 유래된 판 콘 토마테는 구운 바게트에 생마늘과 토마토, 올리브유를 바른 빵으로 많은 스페인들이 아침으로 즐긴다.


츄러스는 지방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얇고 바삭한 바르셀로나식 츄러스와 크고 폭신한 안달루시아식이 있다. 두 스타일이 다른 매력을 뽐내는데 안달루시아 스타일은 굵고 설탕도 별로 뿌려져 있지 않아서 중국의 요우티아오와 흡사하다. 츄러스의 기원이 중국에서 왔다는 설도 있던데 이것을 맛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인분 양이 많으니 먹어보고 추가 주문하는 것이 좋다.


바다 가까이 위치한 포르투갈은 해산물의 나라다. 특히 매년 6월 리스본에서 정어리 축제가 있을 만큼 정어리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리고 문어. 이곳 사람들은 대체 문어에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문어 식감이 흡사 당근처럼 부드러워서 포르투에서는 하루 종일 문어만 먹은 날도 있다. 해산물 스튜 카타플라나(Cataplana)와 북서쪽 레이라 지역의 마리아 그란데에서 시작된 음식인 해물밥 아로즈 드 마리스쿠(Arroz de Marisco)는 이 정도면 미식 자매결연을 맺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식과 유사한 맛을 보여줬다. 포르투갈에서는 한식당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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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068.JPG 빠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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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뽀와 꿀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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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E4811.JPG 코르도바 살모레호


3.

3주간 가장 푸짐하게 잘 먹은 도시가 포르투였는데 매 끼니 해산물 파티를 했다. 특히 대표 맛집인 <타파벤토(Tapabento)>에서 먹은 포르투갈식 해산물 스튜 카타플라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담백하고 얼큰했다. 심이는 엄지를 계속 들어 올리며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보로에 감싼 대구 요리(Bacalhau Crosta de Broa Fumada)도 별미다. 다음 날 <칸티나 32>에서 먹은 홀 옥토퍼스 스테이크와 <아 그레이드(A Grade)>의 해산물 파스타와 해물밥도 일품이었다.


여행 3주간 많은 이베리코를 먹었지만 그라나다의 <엔트레브라사스 그라나다(Entrebrasas Granada)>가 단연 일등이었다. 늘 북적이는 인파에 예약이 필수인 곳이지만 우리처럼 오픈런해도 희망이 있다. 12시 30분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일등으로 들어간 우리는 야심 차게 고기만 두 접시 시켰다. 무료 타파스도 숯불에 구운 고기가 나오는데 꽤 맛있다.


여행 막바지에 드디어 두 번 간 레스토랑이 생겼는데 정어리 구이 맛집인 리스본의 <리스보아 Tu&Eu>였다. (*짠내투어에 나온 맛집이기도 하다) 심이가 이곳의 조개 요리에 환장(?)해서 이틀 연속으로 들렀다. 조개를 올리브오일과 화이트 와인으로 가볍게 볶은 별것 아닌 요리인데 소스마저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다.


심이 덕분에 스페인에서 한식당 투어를 하기도 했다. 그라나다는 <미소한식당>의 순두부찌개가 강렬했으며 말라가 <우리 스시>의 매운탕은 굉장했다. 세비야 <단밤>의 김밥도 오래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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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750~photo-full.jpg 포르투 최고 맛집 타파벤토


IMG_1329~photo-full.jpg 칸티나 32의 홀 옥토퍼스 스테이크
IMG_1646~photo-full.jpg 아 그레이드의 해물밥
IMG_2684~photo-full.jpg 정어리 구이
IMG_2685~photo-full.jpg 처음으로 두 번 간 리스보아 Tu&Eu

-매일 읽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친구 같은 남편 춘, 친구 같은 딸 심이와 살고 있습니다.


나의 기록이 당신에게 작은 영감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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