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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맛 2. 막걸리부터 흑임자팥빙수까지

먹는 기쁨

by 심루이

클리셰를 맛봤다면 이제 조금 특별한 메뉴를 즐기자.

우선 막걸리. 전주에서 막걸리 먹지 않으면 반칙.


-옛촌막걸리 한옥마을지점

전주 삼천동에 유명한 막걸리 골목이 있다. 1990년대 전후로 조성된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약 200미터 정도로 남도집, 용진집막걸리, 옛촌막걸리 등 여러 막걸리집이 밀집되어 있다. 전통주 문화와 지역 정체성을 지키는 공간으로 인정받아 전주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주차는 삼천 2동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되지만 막걸리 골목에 차는 두고 가도록 하자. 한옥마을에 숙소가 있다면 좋은 대안이 있다. 바로 옛촌막걸리 한옥마을지점. 경기전 바로 근처에 있다.


2002년부터 시작한 옛촌막걸리. 특허 김치 유산균과 스테이바 단맛을 듬뿍 담아 최상품 국내산 쌀로 빚어낸다는 옛촌의 시그니처 막걸리를 만날 수 있다. 전주 최초로 양조장이 있는 막걸리집이었다고.


두 명이 먹기 좋은 한상(33.), 열두 가지 안주가 나오는 옛촌 작은상(66.), 열여섯 가지 안주가 나오는 옛촌 큰상(99.)이 있는데 우리는 작은 상으로 시켰다. 보쌈홍어삼합, 들깨삼계탕, 김치찜, 생선구이, 김치전, 새송이버섯구이, 치즈계란말이, 홍합탕, 간장게장밥, 새우구이, 메밀전병, 도토리묵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구색을 맞추는 요리가 없다는 게 킥. 하나하나 다 수준급이다. 치즈계란말이같은 평범한 메뉴를 먹으며 감탄하는 게 전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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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집본점

소주를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진미집까지 택시를 탔다. 전주에는 유명한 진미집이 두 개 있다. 메르밀진미집과 헷갈리신 전주 토박이 택시 기사님은 "콩국수 드시러 가는 거지요?"라고 물으셨고 당황한 나는 "아뇨, 숯불에 김밥에 상추...그거"라고 버벅거렸다. 숯불에 구운 고기와 김밥을 상추에 싸 먹는 그거 맞는데 설명하려고 하니 어렵네. 내 이상한 대답을 찰떡같이 알아 들으신 전주 토박이 택시 기사님은 사실 거기보다 태성 진미집이 더 맛있다고 하셨다. 첫째가 하는 집이 어디고, 둘째가 하는 집이 어디인데 현지인들은 태성에 간다고. 목적지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진미집 본점에 도착했다.


토요일 오후 진미집 본점은 매우 붐볐다. 30분 정도 웨이팅을 한 후 '그것'을 맛봤다. 상추를 손 위에 올려 시뻘건 고기 한 점과 오징어, 양파 위에 김밥을 넣고 마늘과 쌈장을 추가한 뒤 입에 넣었다. 숯과 매운 양념이 한데 어우러진 자극의 끝판왕 진미집 돼지 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은 소주 안주로 완벽했고 기본으로 나오는 어묵 국물이 너무 맛있었던 우리는 가락국수까지 추가 주문했다. 제일 인상적인 건 무말랭이와 깍두기의 중간 식감을 자랑하던 심심한 무김치였다. 포장해오고 싶을 만큼 취향이던 김치. 전주여행 간다면 또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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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솜씨

전주 한옥마을 정겨운 카페 <외할머니솜씨> 입구에는 '유네스코 음식 창의 업소'라는 팻말이 달려 있다. 대체 어떤 메뉴를 팔길래? 하는 의문은 흑임자팥빙수를 먹자마자 사라졌다. 옛날 방식으로 직접 쑤어 만든 팥고명과 고소한 흑임자 가루, 쫀득한 찰떡의 조화가 완벽한 흑임자팥빙수. 흑임자와 팥. 달달함이 고소함과 만나서 제대로 시너지가 났다. 심이는 인생 팥빙수라며 연신 엄지를 들어 올렸고 이틀 연속 외할머니솜씨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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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각종 먹거리

여행에서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것도 중요 포인트.


길거리야 바게트빵: 풍자 또간집 1편 삐라의 주인공, 길거리야. 맛있지만 삐라를 받았다는 게 의아하긴 했다. 전주인들 저항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유키모찌에서 소금우유 아이스크림이 든 모찌, 달당에서 홍시&딸기 찹쌀떡도 먹었다. 청도 반건시로 만든 홍시 찹쌀떡 강추.

웨이팅 상황으로 짐작하건대 한옥마을 최고 인기 길거리음식은 오짱인 듯. 쫄깃한 오징어튀김에 스윗어니언 등 각종 시즈닝을 뿌린 간식.

경아분식 김밥: 묵은지, 계란, 단무지가 들어간 심플한 경아김밥. 괜찮았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배를 아껴야 하는 전주이기에 한 줄을 포장해 셋이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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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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