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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여행자도서관, 여행자의 마음

전주 도서관로드

by 심루이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차이나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다가여행자도서관. 오픈 시간이 아니라 '입국 시간'이 적혀 있어 여행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공간. 전주시가 1996년 물의 도시 쑤저우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후 화교소학교와 중국인 포목상점에 가까운 이곳을 차이나 거리로 조성했다. 근대화 유입 시기에는 요리점, 벽돌공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중국인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흥미로운 간판이 많아 사진을 잔뜩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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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여행자도서관 앞에는 입국과 출국 시간이 적혀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하니 이름과 걸맞게 여행 주제의 책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1층 '다가오면'의 책장에는 '어디에서 잘까?', '여행은 음식이지'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큐레이션으로 국내외 여러 여행지를 다룬 가이드북과 에세이가 꽂혀있다. 지구본과 탑승권도 비치되어 있다. 2층 '머물다가'는 이름답게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흑백영화 필름이 재생되고 있는 스크린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잔잔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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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이런 질문이 적혀 있다. '여행자의 마음 오늘 어때요?' 많은 여행자들이 각자의 이유를 적어 설렘, 새로움, 여유로움, 그리움, 아쉬움 중 하나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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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처럼 꾸며진 지하 일층 '다가독(讀)방' 구석에는 편안한 좌석이 딱 하나 마련되어 있다. 이 비밀스러운 곳이 비어있다면 당신은 행운아. 단숨에 어떤 책으로든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리다. 그 곳에 앉아 마블로켓에서 출판된 도시 탐사 매거진 전주편을 읽으며 전주 여행에 색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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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는 루프탑 '노올다가', 1층에는 목욕탕 컨셉의 야외독서공간과 햇살 샤워를 할 수 있는 테라스석 '책풍덩'도 있다. 어느 한 공간도 허투루 만들지 않은 곳을 만나면 느껴지는 희열이 이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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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비슷한 여행을 꿈꾸는 나는 여행 중간에 종종 이런 상상을 한다.


내가 만약 이 도시에 산다면 어느 동네가 좋을까?

어떤 도서관과 카페를 제일 많이 들릴까?


다가여행자도서관에서 해답을 찾았다. 바로 이곳. 한옥마을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객리단길과 가깝고 맥락 브루어리, 노매딕 비어템플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골목마다 사연있는 가게들이 즐비한 동네.

그래서 오늘 여행자의 마음은 부러움. 이곳에 더 자주 오고 싶어서, 이 도서관을 일상의 배경처럼 덤덤히 사용하던 그들을 마음껏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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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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