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도서관로드
서점이 많은 전주 동문예술거리. 예전 전주 시민들에게는 문화 1번지 같은 곳이다. 소설가 최명희, 양귀자, 은희경 등 유명 작가들이 책을 사봤다는 홍지서림, 전주 미래유산 34호로 지정된 한가네 서점이 있다. 지금은 양귀자 선생님이 홍지서림이 주인이 되었다고 한다.
동문거리의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3층으로 조성된 동문헌책도서관. 과거 소중하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만나고 책의 가치와 도시의 기억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이 컨셉이다.
도서관 입구에는 '보물책 찾아 삼만리'라고 적혀있다. 지금은 절판된 오래된 책들, 예전 잡지와 교과서, 각종 명사와 셀럽의 추천 도서 리스트가 있는 이곳은 정말 '보물섬' 같은 곳. 들어가자 만날 수 있는 1층 전시공간의 컨셉은 '어제의 금서가 오늘의 고전'. 전태일 평전,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과거 출판, 판매가 금지됐던 현재의 명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필로 직접 쓰는 원고로 유명한 김훈 작가의 손글씨 추천사도 볼 수 있다. 그외 공간은 유명인들의 취향이 한껏 묻어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성 선수, 신경숙 작가 등 국내 유명 인사가 직접 기증, 추천한 도서와 K컬쳐를 주도하고 있는 아이돌 추천 도서 또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에스파 카리나는 최은영 작가는 <내게 무해한 사람>을 추천했다. 책을 교환해서 볼 수 있는 '책나눔', 같은 테마, 다른 책을 연결해 소개하는 '책 짝궁' 등의 공간도 의미있다.
동문헌책도서관의 진짜 매력은 각종 보드게임과 그래픽노블, 캠핑 스타일로 꾸며져 있는 지하 1층에 있다. 아이들과 놀기 딱 좋은 공간이다. 추억책방 코너에는 꿈 많고 감성 넘치던 대학생 시절, 애정하던 잡지 <페이퍼>와 그 시절 즐겨 보던 천계영 작가의 작품, 동아전과를 발견했다.
감탄하며 아무도 없는 지하 도서관을 살피는데 어디선가 쌕쌕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살펴봐도 소리의 근원지를 찾을 수 없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한 분이 꿀잠을 주무시고 계셨던 것. 그만큼 동심을 일깨우고 포근한 공간이라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원씨부녀와 함께 다시 들러 천계영 작가의 작품 '좋아하면 울리는', 1996년 소년 챔프를 읽다가 보드게임 '다빈치코드'도 즐겼다. 도서관에 왜 보드게임이 이렇게 많지? 하며 신기해하던 아이. 심이는 확실히 전주에서 도서관을 더 사랑하게 됐다.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