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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진심인 도시

서학예술마을도서관, 한옥마을도서관, 책기둥 도서관

by 심루이

책과 전주.


전주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조선 후기부터 출판문화를 이끈 '완판본'의 도시이니 이 조합은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진심일 줄이야. 3박 4일 동안 7개의 도서관에 들렀다. 가장 인상적인 도서관은 아중호수도서관, 또 가고 싶은 도서관은 다가여행자도서관, 제일 신나게 논 곳은 보드게임이 있는 동문헌책도서관이다.


그 외 도서관로드를 채워준 3개의 도서관들


동네예술가들이 꾸민 서학예술마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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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책 이상이다. 차라리 그것은 삶 그 자체다. -에임 로웰


예전 ‘선생촌’이라 불렸을 만큼 교사와 학생 등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서학동 예술마을. 구도심의 쇠퇴와 함께 점점 쇠락해가는 이곳을 되살린 이들은 화가, 자수장, 사진작가 등 예술인이었다. 지금은 크고 작은 공방들이 모여있는 완산구 서학동 예술마을 초입에 2022년 6월 개관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 오래전 의원으로 사용된 건물이 이후 카페와 갤러리 공간으로 활용되다 도서관으로 재탄생됐다. 붉은 벽돌의 팽나무동, 갤러리인 담쟁이동, 은행나무동 등 3개의 건물이 하나의 예술 도서관을 이루고 있다. 마을 예술가들이 꾸민 공간답게 구석구석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마침 도서관 여행 투어가 진행 중이었다. 도서관 여행 투어는 도서관 여행해설사와 함께 다니며 전주 문화와 도서관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매주 토요일 하루코스(1회)와 반일코스(2회)로 구성된 7가지 테마로 운영된다.


도서관여행 정보는 아래


서학동 사진미술관 두평갤러리에서 이홍규 작가님 개인전 <고요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평갤러리에서는 수준 높은 전시가 상시로 열린다고 하니 도서관과 함께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예술마을 내 가볼만한 책방으로는 조지오웰의 혜안, 도우책빵이 있고 남천교를 지나면 북레시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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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 아래서 책 읽는 기쁨 한옥마을도서관


"나를 찾는 여행"


한옥마을에 있는 여행자 도서관. 첫마중길과 차이나 거리에 있는 다가도서관에 이어 세 번째로 오픈한 여행자 도서관. 2022년 11월 개관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관광지에 있으니 힘든 여행에 지칠 때 힐링할 수 있는 공간.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 있어 들어가는 길이 조금은 비밀스럽다. 전주 공예 명인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진 이곳은 마음곳간, 꿈방앗간, 대나무숲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의 키워드는 '나를 찾는 여행'. 여행도 결국은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니 여행자에게 딱 어울리는 키워드. 옆집 고양이 호두가 있지만 예민한 친구니 함부로 만지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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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청 책기둥도서관


책의 도시 전주를 더욱 전주답게, 더 나은 문화도시로.


시청 1층을 책에 양보한다고? 전주의 책 사랑은 이 공간에서 끝났다. 8,400여 권의 책이 있는 전주 시청 1층 책기둥도서관. 여행 마지막 피날레로 들린 곳. 입구로 들어가면 왜 이곳 이름이 책기둥인지 알 수 있다. 시민이 권하는 책, 출판사 추천책 등이 4개의 기둥서가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시민이 직접 추천하고 투표로 결정하는 '시민의 서가'는 뜻깊다.


책기둥도서관에는 생일 맞은 시민에게 그날 태어난 작가의 책을 전시, 소개하는 '생일서가'가 있다. 우리와 같은 생일의 작가를 찾아본다.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작가를 발견하는 기쁨. 아, 이 작가는 한여름에 태어났구나 하는 발견.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1월생 작가들에게 특히 마음이 갔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J.D 샐린저, 정호승 시인, 무라카미 하루키, 박목월 시인, 이어령 교수님 모두 1월생. 생일서가의 모든 책에는 작가를 간단히 소개하는 메모가 있는데 마무리는 다음과 같다.


- ***과 같은 당신의 생일 축하드리며 축복합니다.


이런 특별한 생일 축하는 처음이다.


전주시청 책기둥 도서관은 전주 도서관과 동네서점의 허브같은 역할을 한다.


전주의 12개 시립 도서관은 각각 특화된 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완산도서관은 글쓰기, 건지 도서관은 생태, 인후도서관은 영화, 금암도서관은 예술 이런 식. 책기둥도서관의 전주서가 코너는 모든 주제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책기둥도서관은 그 어떤 도서관보다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공간이다.


이달의 동네책방 섹션에서는 전주 동네책방 큐레이션을 확인할 수 있다. 동네책방과 책기둥도서관의 협력 강연도 진행 중이다. 10월에는 책보책방에서 김성호 생태작가님의 강연이, 11월에는 책방 고래의 꿈에서 오승민 그림책 작가님의 강연이 진행된다.


좋은 시구절이 담겨 있는 시항아리에서 한 장을 뽑았다. 내게 도착한 시는 나태주 시인의 <행복>.


행복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이제 나는 전주의 확실한 행복에 대해 말할 수 있을지도. 언제라도 머무를 도서관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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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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