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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독립서점 투어 서점카프카, 책방 토닥토닥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기

by 심루이

-원두는 프란츠카프카로 주세요, 서점카프카


전주감영 바로 앞 도로.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낡은 건물, 낡은 계단을 오른다. 서점에 들어가기 전 시 필사 테이블에 앉아 시 항아리를 바라보며 잠시의 여유를 느낀다. 서점 카프카 시 항아리 옆에는 박완서 작가의 문장이 적혀 있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시를 읽는다.


정신을 번쩍 차리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걸음, 동네책방 가는 길'이라는 글귀가 적힌 문을 열어본다. 훅 다가오는 자유로운 공기와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아주 오래 머무르고 싶게 생긴 공간이다. 원서로 둘러싸인 천장 조명, 카프카 도장, 그 옆의 LP도 저마다의 아우라를 뽐낸다. 걸을 때마다 요란한 삐걱 소리도 운치를 더한다.


맛있는 커피가 있는데 커피 원두 이름은 레이먼드카버와 프란츠 카프카다. 무엇보다 이곳, 서점의 최고 미덕인 읽고 싶은 책이 많았다.


서점 카프카에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많은데 입구 쪽 '함께 읽어요'에 있는 책만 읽을 수 있다. 판매용 책은 구입 후 읽을 수 있다는 점 잊지 맙시다.


서점 카프카 곳곳에 붙어 있던 이 문장 덕분에 더욱 조심히 책을 구경할 수 있었다.


서점 카프카는 최대한 반품을 하지 않습니다. 접거나, 구겨진 책을 반품하면 출판사가 힘들어집니다. 건강한 출판 생태계를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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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벌고 잘 살기, 책방토닥토탁


"우리는 우주를 담은 책방이에요"


우주처럼 하나의 점에서 시작해 무한한 공간을 넘나들고 그 끝을 알 수 없듯이

우리도 작은 이 공간을 다양한 가능성으로 만들어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중 토닥토닥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동네서점 책방토닥토닥에 가는 길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이건 내 삶의 모토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적당히'와 '아주 잘'이라는 부사는 기준점이 모두 다르고 어렵긴 하지만. 어차피 인생이란 '나만의 적당히', '나만의 잘'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토닥토닥에 이르렀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임에도 지나치게 한가한 청년몰을 바라보고 있자니 적당히 잘 벌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스러워졌다.


책방토닥토닥에서 제일 처음 발견한 것은 리베카 솔닛 읽기 가이드맵이다. 나의 도시산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리베카솔닛.


5월의 향기로운 낮과 밤을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보냈다. 산책이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율하기도 했다. 모든 건물 입구, 모든 가게 입구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출구인 듯했다. 다양한 인생의 가능성이 압축돼 있는 곳, 다양함이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걷기의 인문학


전주 책방토닥토닥은 처음 활동가들의 쉼터, 위로의 공간으로 시작했다. 그들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책방 이름도 토닥토닥. 시간이 흐르며 사고와 가치를 나누는 공간으로 확장됐다. 북토크, 작가와의 만남, 독립출판물 소개 등의 이벤트가 종종 열린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를 나누는 공간. 남부시장과 함께 들리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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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북카페를 차리고 싶어서 무작정 집 근처 카페에 연락해 카페 경영과 커피 일을 배웠다. 스물 아홉의 나는 그렇게 바빴다. 그러다 깨닫게 된 사실은 경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책과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을 법한 무서운 분야라는 것. 그 뒤로 그런 꿈을 접었다.


이제는 동네 책방과 카페를 운영하는 모든 대표님들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네이버 지도앱을 열어 좋아하는 동네책방을 검색해보고 아직 그 자리에 있음에 감사한다. 전주에서 만난 작은 동네책방들도 나의 새로운 검색어가 될 것이다.


부디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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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전주 여행, 7개의 도서관과 7개의 독립서점에 들렀다. 서점 조림지, 책방 잘익은언어들, 물결서사는 다음 기회에 만나기로 했다.


전주 독립서점 투어 추천 동선은 아래와 같다.


남부시장 책방토닥토닥-일요일의 침대-책보책방-서점카프카-에이커북스토어-프롬투-풀의유영.

(반대로 걷는 노선도 물론 추천)


3개만 가야 한다면 서점카프카, 일요일의 침대, 책방토닥토닥을 권하고 싶다.


끝내주게 맛있고 끝내주게 멋있는 도시

전주여행의 쉼표는 꼭 책이 있는 공간에서 해보시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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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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