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더 이상 광고주가 아니다. 그들은 방송국이 되었다.’
'이제 SK텔레콤 유튜브의 경쟁자는 MBC가 될 겁니다.'
2018년 임원 면접장. 그 한마디를 던지는 순간, 회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한 임원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방송국이요? 우리가요?'
'네. 기업 채널은 더이상 단순한 홍보 창구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재미로 찾아오는, 방송국 같은 채널이 될 겁니다.'
그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나는 이미 징조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방송국을 위협했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연예인을 앞질렀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기업이었다.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올 거라 확신했다.
그 말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업 유튜브 담당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8년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기업 채널은 TV 광고를 옮겨놓은 '보관소'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이 플랫폼 위에 오를 것인가, 파도에 쓸려갈 것인가.'
그리고 내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토스의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전율했다. '이건... 기업 채널이 아니잖아?' 구독자 42만의 경제 교양 채널. 토스 앱 홍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B주류경제학>, <토킹 헤즈>, <머니 코드> 같은 완성도 높은 시리즈가 있었다.
내부 PD들이 직접 기획하고, 전문 작가들이 대본을 쓴다. 이건 단순한 기업 마케팅팀이 아니다. 완전한 '미디어 조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polx_wx1E
컬리의 <덱스의 냉터뷰>는 더 나아갔다. 장원영 등 아이돌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컬리 홍보'가 목적이 아니다. 그냥 재미있다. 그리고 그 재미 속에 '솔의눈 하이볼' 같은 다른 브랜드 PPL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제 컬리는 '식품 쇼핑몰'이 아니라 '예능 제작사'다. 브랜드와 브랜드가 하나의 미디어 안에서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2018년 면접장에서 던진 그 문장, '경쟁자는 방송국'이라던 그 말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아니, 현실을 넘어섰다. 브랜드는 방송국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방송국보다 더 사랑받는 채널이 되고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브랜드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을 방송할 것인가?'
당신도 지금 운영하는 채널에 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만약 그 채널이 여전히 '홍보'에 머물러 있다면, 멈춰라. 그리고 다시 물어라.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를, 사람들은 정말 보고 싶어 할까?'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광고가 아니라 재미를, 브랜드가 아니라 가치를 방송하라.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당신의 채널을 구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