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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제주도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장마철을 앞두고 간 여행이라 언제 어느 시간에 비가 와도 여행을 망쳤다 할 수 없는 시기였다. 억수같이 내리는 빗줄기는 금세 불어나 바다가 육지를 삼킬 듯 무섭기도 했지만 덕분에 꽤나 세찬 비 오는 제주를 경험할 수 있어서 더 특별했었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에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겸 근처 라이브 바에 들렀다.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망설였지만 덕분에 직접 연주하는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친구와도 오랜만에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꽤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자리를 마무리하며 계산하고 나오는데 여사장님께서 나를 보며 대뜸 "거룩하게 생기셨어요."라고 기분 좋은 미소를 보냈다. "네, 감사합니다."하고 자리를 나섰다. 그때만 해도 이십 대 초반이었을 때라 머쓱했지만 지금 곱씹으며 생각해 보면 참 좋은 말을 내게 건네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내게 어떤 기운을 느끼셨길래 '거룩하게'라고 표현하셨을까. 처음엔 내가 종교인처럼 생겼나, 착하게 보이나 등 등 뭐 이런저런 순진무구한 뜻을 다 대입해 봤는데도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 자랑 같지만 인상 좋다는 말은 참 많이 듣고 살았다. 그 덕에 어디서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태도에 신경을 더 쓴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상 때문이 아닌 음악을 듣는 나의 태도를 본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태도는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일을 대할 때나 그 상황에 대해 이미 준비된 마음가짐을 한다는 것은 나를 보여주는 첫 번째가 아닐까. 어렸을 적 부모님께 꾸준히 들었던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부터 친구들과 수다 떨며 나누었던 '연예인 누구는 스타일이 좋다. 쟤는 스타일이 별로다.' 등의 대화를 통해서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태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는 참 많은 태도를 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늠하건대 그 모습을 통해 가장 원초적인 나를 보여준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하루를 보내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부모님은 항상 나고 드는 자리가 깨끗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렸을 땐 그저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인 줄 알았는데 커 보니 그 말씀이 얼마나 귀한지 알았다. 누가 알아채든 알지 못하든 나 스스로 늘 정돈하고 깨끗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언제 어디서든 준비된 자세로 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부모님 말씀은 잔소리라고 편견을 갖지 않으면 허투루 들을 것이 없다. 나부터 반성하고 부모님 말씀을 새겨듣자.
유대인들은 오래전부터 하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일주일 중 하루를 의도적으로 구분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인 것 같지만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포석이다. 우리는 그런 행위를 '거룩'이라고 부른다. 거룩이란 일상의 해이한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견고한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거룩은 음악 경연에 나간 피아니스트가 손을 건반 위에 올리고 첫 음을 치기 전, 의자에 앉아 가만히 정성을 모으는 순간과 같다.
배철현 작가의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정적] 을 보면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준비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경연에 나간 피아니스트처럼 어떻게 정성을 모을 수 있을까. 그 시작은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를 온전히 몰입하며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맑고 깨끗한 정신이야 말로 바른 태도의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일단, 일찍 일어나고 볼 일이다.
[태도]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