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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Jul 07. 2021

동물농장 2021(7/10)

<제7화> 팡팡배달소의 선견지명

아랍계 일본 자본을 꼬레아에 들여와 팡팡 배달소를 차린 하이에나 로트왓은 초원의 청소부라는 별명답게 다른 배달소에서 버린 아이디어들을 주워와 족구 배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들은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돈을 엄청나게 퍼부어 무차별 광고 물량 발사를 해댔고, 덕분에 꼬레아에서 발이 달린 짐승들은 모두 족구 배달을 받거나, 족구 배달원으로 일하기를 원하였다.


요즘 족구 안 하면 동물 아니지. 족구하고 부자 되었어요. 낮에는 농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족구 하세요.


팡팡 배달소의 편리함과 신속한 환불에 매료되면, 족구 배달을 절대 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회원 탈퇴가 복잡하기도 해서였다.


"자, 족구 배달로 동물들이 계속해서 더 빠르게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동물들이 인내심, 기다림 자체를 모르는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이것들은 작금의 4차 디지털 혁명의 시대와는 맞지 않는 단어들 입니다.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이제. 오늘 주문을 하면 내일 아침에 도착해 있도록 해야 돼요. 아니, 클릭하는 순간 거의 반은 와 있어야 해요.


아니지, 우린 그것 조차 넘어서야 합니다. 우린 그들이 무엇을 살지를 예측해야 해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도 전에 이미 그 물건이 고객의 집 앞에 도착 해 있어야 한단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예측이에요. 예측!! 우리 팡팡 배달소는 새로운 차원의 "빨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광속으로 가야 해요. 족구 해야 됩니다."


하이에나 로트왓이 으르렁거렸고, 그 기세는 대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뭘 하셔야 되는지 아시겠죠? 화장실 갈 시간이 있습니까? 옆 사람과 얘기할 시간이 있습니까? 전화기 쳐다보고 있을 시간 있습니까? 우리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멉니까? 다 함께 외쳐 보시죠."


qkfms(빠른), quthd(배송), qkffl(빨리)   


계속해서 합창이 진행되었다.


"여러분, 고객이 원하는 게 뭐다? 유 쎄이-빠른, 아 쎄이-배송, 원 모어 타임, 유 세이-빠른, 아 세이-배송"


 팡팡 배달소에 들어오면, 모두 번호로 불리며 철저히 기계 취급을 받았다. 중앙 방송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AI인지 사람인지   없었다. 작업의 시작과  시간은 컨베이어 벨트가 알려주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모두 숨을 죽이고 택배 상자들을 옮기는 작업을 했다. 누군가 다리가 아파 허리만 굽혀도, 중앙에서 방송이 나왔다.


"아아... 마이크 마이크, 집중 집중. 거기 등 번호 3번 분. 거기 3번. 허리 굽히지 말고 일어나세요."


팡팡 배달소에서 일하던 동물들이 과로사로 죽어 나가기 시작했지만,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배달소의 거침없는 행보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 택배를 받는 동물들은 인내심을 혐오하게 되었다. 기다림 이란 말도 동물어 사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 마후 팡팡 배달소에 큰 불이 났다. 뻘겋게 불길이 솟아도 훈련된 동물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지 않아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연기 때문에 동물들이 기침을 해대자 방송이 시작되었다.


"아아... 집중 집중, 거기 3구역 전체, 기침하지 마세요. 집중하세요."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참사로 이어졌다.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물론, 하이에나 로트왓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측했다. 그는 불이 나기 직전 농장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고 법률적인 책임을 지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아메리까노에서 상장한 돈 많고 자랑스러운 꼬레아산 동물로 남게 되었다.


퍼펙트 타이밍! 역시 인생은 타이밍. 현실은 고구마. 사이다는 없다.       





Photo by mana5280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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