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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Jul 06. 2021

동물농장 2021(6/10)

<제6화> 숯 곰 빅아이언의재주넘기

오늘도 태양이 뜨겁군


세면대 앞에 선 문스톤 영감이 차가운 물을 얼굴에 끼얹다 말고,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적막으로 가득한 거울 속의 세계에는 텅 빈 눈동자의 불행한 옵핸드 영감이 서 있었다. 문득, 옵핸드는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그날의 그린 농장 팀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는 안돼. 떠날 때가 되었어." 


문스톤 영감은 옵핸드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했다.


"옵핸드님, 죄송하지만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농장을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안됩니다. 그럼 그 일은 누가 합니까. 지금 맡고 계신 일이 좀 많아야지요. 그렇게 이기적인 분이셨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요. 일단 한번 더 생각을 해 보시죠. 나이도 있으신데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어디를 가실 수 있겠습니까. 일단 제가 시간을 좀 더 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 말씀 다시 나누시죠."


옵핸드는 다급하게 조태기와 빅아이언을 불러 모았다. 


"빅아이언 사원, 요즘 일은 좀 어떻습니까? 요즘 열심히 하시는 것도 있고 해서 저희가 월급을 좀 올려드리기로 했습니다. 기쁘시죠? 이건 정말 드문 일 입니다. 빅아이언님이 이제 정말 인정받은 거예요. 물론, 지금 뭐 아주 잘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잘할 수 있는 그 가능성! 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알아본 저의 안목도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문스톤 영감과 일하시기 짜증 나시죠. 저도 잘 압니다. 


나이도 있고, 또 말도 많고. 일은 빅아이언님이 다 하는데, 자기가 다 한 척하고. 이런 부분 제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셨죠? 제가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런 걱정은 마세요. 저는 문스톤 영감은 애초부터 믿지를 않았습니다. 사실 쌍욕을 하고 싶을 정도예요. 얼마나 저희를 속여 왔는지 아십니까?"


문스톤 영감에 대한 험담 잔치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구만리 전자 농장 회의에 가면, 회의 녹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너구리 같은 놈이 어떤 말을 하면서 우리 험담을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녹음을 하란 말씀입니까?


빅 아이언이 2시간 만에 입을 뗐다. 


"네 녹음해서 저한테 가져오세요. 제가 좀 들어봐야겠습니다."


빅아이언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알았다고 하는 것 같았다. 본래 말이 없었던 그였기에, 옵핸드와 조태기는 자기들끼리 너구리 영감에 대한 쌍욕을 정답게 나누며 자리를 떴다.


이윽고 고개를 든 빅핸드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녹음 앱이 켜져 있었고, 2시간이 지나있었다.


흠..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군 


녹음된 음성을 모두 들은 문스톤 영감이 말했다. 빅아이언은 사실 문스톤 영감이 농장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옵핸드 수장이 조태기와 함께 자신을 불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빅아이언은 무언가 증거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에 녹음을 했다.  


옵핸드는 빅아이언과 문스톤 영감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고, 월급을 조금 올려 주면 빅아이언이 자신의 충실한 심복이 되어 줄 것이라고 착각했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 


문스톤 영감은 구만리 농장과의 회의에 앞서, 오늘 회의가 녹음될 것임을 말하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만리 농장은 대규모 농장답게 하청 업체의 정치 싸움에서는 발을 빼고 싶어 했다. 싸게 부려먹기 좋기는 했지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하청업체는 많았다. 


계약은 종료되었다. 옵핸드가 뒤늦게 조태기와 함께 가서 다시 일을 하게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렸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화가 난 옵핸드가 문스톤 영감을 불러 무식한 당신 때문이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듣고 있던 너구리 문스톤 영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동의받지 않은 녹음은 범죄인 것 아시죠? 권력을 이용하여 녹음을 사주하신 것이니까요."


만만하던 너구리 영감의 무서운 눈빛을 보자, 당황한 옵핸드가 꾸울꿀거렸다.  


"무슨 다다다당당치도 않은 소리입니까? 뭘 알고 하는 소리예요? 회의 녹음이 왜 잘못된 겁니까? 제 친구들 중에 소울대학교 출신 변호사들이 쌨습니다. 제 친구들도 공부를 잘했다고요. 노무사들도 많아요. 조태기 부수장도 판사 친구가 있다는 것 아시죠? 내가 영감을 이 쌋스판에는 발도 못 붙이게 할 테니 그렇게 알아요. 후회하게 될 겁니다." 


여기저기 바쁘게 전화를 돌리던 옵핸드가 긴 통화를 마치더니, 너구리 문스톤 영감에게 사과했다.  

문스톤 영감은 숯 곰 빅아이언을 데리고 더 좋은 조건에 더 큰 농장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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