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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Jul 04. 2021

동물농장 2021(4/10)

<제4화> 그린 농장 사건

“야, 넌 임마 어쩌자고 같은 동물을 그렇게까지 갈궜어 그래. 작작했어야지”  


숯퇘지 촤이녁이가 한숨 섞인 푸념을 내뱉았다. 열중쉬엇 자세로 듣고 있던 족제비 좃재경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형님, 저도 정말 억울합니다. 지금 까지 잘 버티다가 왜 갑자기 뛰어내렸는지 그 놈 속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정말 자살 성향 테스트라도 해서 사람을 뽑던지 해야지. 아, 이런 나약해 빠진 놈의 새끼들 같으니라고. 이젠 업무 지시도 못하겠습니다. 일 못하는 놈들이 꼭 이렇게 일을 저지른다니까요."


그린 농장은 뭐든지 찾을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유명했는데, 정작 농장을 위해 일하는 동물들의 자존감은 찾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전 그 농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숫양 고명복이 관리동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이 농장 창업주의 비호를 받던 우두머리그룹  숫퇘지 촤이녁이는 소울 훈련소 출신으로, 어찌나 경이로운 능력을 지녔던지 맡고 있던 직함이 10개가 넘었다. 돈 되는 알짜배기 헛간은 전부 그가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린 농장에는 이미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있지만,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동물은 바로 촤촤촤 촤이녁이 뿐이었던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농장에는 촤이녁이 참말로 예뻐하던 소울 훈련소 후배가 있었는데, 이름하여 족제비 좃재경이었다. 그는 심성이 고약하기로 유명해서 일전에 이미 전출되어 다른 농장 소속이었으나, 촤이녁이의 끈질긴 설득으로 다시 그린농장으로 이주해 왔다. 역시 능력자는 능력자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는가.


예견되었던 그 사건이 일어나기 6시간 전, 아침부터 심기가 불편했던 좃재경은 기분도 풀 겸 만만한 고명복을 불러 소리를 질러댔다. 다른 동물들도 물론 다 들을수 있는 큰 소리였다.


야, 돼지. 그렇게 살이 쪄서 어떻할래. 임마 양인 주제에 그렇게 돼지가 되고 싶었어?


목에 걸려있는 그린 농장 표식 목줄을 잡았다 놨다 하며 좃재경이 쉴새 없이 다그쳤다.


"네가 그렇게 하니까 임마, 네가 관리 하는 동물들이 다른 농장으로 이주 하려고 하잖아. 한 놈만 더 나가면, 너 내손으로 죽여 버릴 줄 알어. 알았어? 알겠으면 꺼져.”  


고명복은 수치감에 몸을 떨었다. 원래 말이 없던 그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고통에 무감각해 진것은 아니었다. 그는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신 뒤 길거리에 멍하게 앉아 스쳐 지나 가는 다른 동물들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이내 부끄러움, 후회, 좌절, 죄책감 같은 감정들이 그를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내몰았고, 점차 그 어둠에 잠식되었다  


그 때 길을 지나고 있던 젊은 시절의 문스톤 영감이 말을 걸었다.


"팀장님, 식사 하셨습니까?"


젊은 시절, 문스톤 영감은 그린 농장에서 일했다. 다른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재테크 이야기에 피치를 올리며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던 문스톤이 축 쳐진 어깨의 팀장을 발견 한 것은 오후 1시가 다 되어 가는 지루한 평일 오후였다.


팀장은 멍한 표정으로 문스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문스톤과 다른 일행들이 가벼운 목례를 했다.


"요즘 팀장님 유난히 힘들어 보이지 않아? 위에 끌려가서 아주 다구리를 당하는 모양이더라고. 우리 팀장도 참 성격은 좋은데 너무 물러서 탈이야."


문스톤 영감과 팀원들은 그 다음 날이 되어서야 비보를 접했고, 문스톤 영감은 알수 없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던 팀장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했다.


장마가 시작되고 슬픔에 잠긴 그린 농장에 비가 내렸다.   


"뭐, 때가 되면 형이 대표로 있는 계열사 농장에 취직시켜 줄테니까 납작 엎드려 있어. 원래 인생이란 항해에서 폭우를 만나면 그게 끝날 때 까지 납작 엎드려 있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을 때도 있는 법이니까. 주식도 소문도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승리할 수 있어. 대신 전에 있었던 그 일은 말하지 않기다"


담담한 표정의 촤이녁이가 말했다.


"예, 형님. 형님만 믿습니다. 전 좀 쉬고 있을게요"


둘의 통화에서 세상 공손한 좃재경이 대답을 이어갔다. 촤이경이와 좃재경은 본래 타인의 일이라면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고, 돈으로 침묵을 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얼마 후 농장의 창업주가 모두 “네탓이로소이다. 네 불찰이오."의 염불을 외며 홍보팀 물고기들과 함께 물타기 작업에 들어갔고, 그린 농장의 동물들은 누구도 죽지 않은 것 같은 평화로운 일상을 강요 받았다. 




Photo by Mike Erskine on Unsplash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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