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팜랜드, 베트남 다낭대성당
분홍빛 뺨.
한날은 핑크색 이불 위에 엎드린 채 잠든 아이의 얼굴에 분홍빛이 살그머니 반사되는 걸 보았다. 발그레해진 뺨과 입술을 보며 ‘우리 아들은 분홍이 어울리는구나’ 생각했다. 분홍(핑크)은 '행복'과 '사랑'의 색깔이 아닌가. 잠결에도 예뻐 보이는 네 모습. 사랑의 빛깔이 어울리니까, 분명 사랑 속에서 잘 자라리라, 하는 징표 같았다.
아직 산과 들이 가을색으로 물들기 전, 아이를 데리고 핑크뮬리를 보러 갔다. 솜사탕 같은 핑크뮬리를 손을 내밀어보니 부드럽게 일렁이며, 살그머니 손등을 간질인다. "나이들수록 꽃이 참 좋아지는 것 같아" 산들거리는 핑크뮬리를 보며 그리 말했던 것 같다. 내 남자는 "늙음이란 슬픈 거군요"라며 기어이 분위기를 깨며 나를 골렸다. 우리말로 '분홍쥐꼬리새'라던 이름을 생각하니 잇따라 웃음이 더해졌다.
어느 날 학부모 모임이 울음바다가 됐다.
소맷자락으로 붉은 눈가를 연신 훔치던 그녀들을 보며, 마음이 먹먹할 때가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렀고, 나도 엄마가 되었다. 그땐 영상 편집 깨나 잘해서 감동을 준 줄 알았는데, 내가 언제 분홍색을 좋아했었는지조차 잊고 지내는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더라. 아들딸 이야기만 나오면 엄마들의 눈물샘은 자동적으로 24시간 작동하는 거더라. 평소에는 '난 엄마잖아' 스스로를 다잡으며 꾹 참는 거더라. 우리들의 엄마 역시 그랬겠지. 분홍색 뺨, 분홍색 스카프, 분홍빛 손톱, 눈물이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