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그럭저럭잘 버텼다. 아내가 17년 만에 전업주부 생활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돈 벌어오는 아내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덕분에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요사이 "끼니의 괴로움"에 대해 밀도 있게 고찰 중이다. 일주일 만에 국요리를 3가지 마스터했다.
17년간 외롭고 고독하게 4인가족의 의, 식, 주를 책임졌는데 아내가 돈을 벌어 온다는 즐거움과 안도감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 처음 알았다. 주말에 아내가 쏜다고 해서 외식을 했다. 연말이라고 외식과 회식과 모임이 많아서 피곤하기도 하다. 킹크랩, 대개, 회, 소고기, 돼지고기, 초밥, 파스타, 돈가스, 메밀국수, 낚지 보쌈, 칼국수..... 이것이 요 며칠 사이에 먹은 음식들이다.
평시에는 계란도 풀지 않은 허접한 라면에 밀키트 국수를 먹는 날이 빈번하지만 연말에는 일 년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서 공연도 보고, 먹고 싶었던 음식도 먹으면서 보내야 한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감을 누리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같다. 올해도 10점 만점에 5점 정도 되는 것 같다.
실리적이고 생산적인 레벨업을 시켜야 한다. 낭만을 잃지 않으면서.
올해도 고생했다.
내년에도 분발하자.
브런치 작가 3년 차의 소회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교훈을 얻고, 긴장을 하고, 반성을 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나를 위로하기도 한다. 브런치작가님들의 글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나는 책을 내고 싶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까. 경제적으로 조금 더 안정이 되고 풍요롭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집착하고 싶지 않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면 더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렇게 까지 해서 이 밸런스를 깨고 싶지는 않다. 노후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마음. 그 정도가 내 삶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다.
브런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천차만별의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작가님들을 보면 엄숙해지고 숙연해진다. 까불지 말고 열심히, 겸손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삶의 유일한 스승이자 멘토가 브런치 작가님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이 오십이 넘으면 아무도 나에게 충고하거나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잘못을 하면 책임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