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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Dec 25. 2024

영화 소방관을 보며

영화 "소방관"을 봤다. 의무적으로라도 가끔 가족이 모여 영화를 보려고 한다. 서로 좋아하는 장르가 달라도 괜찮다. 그 시간에 그 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겨울왕국이나 모아나 같은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요즘은 "서울의 봄"이나 "소방관"같은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기 전에 고기를 먹었다. 아이들은 고기를 좋아한다. 나는 회를 먹고 싶었지만 아내는 회를 못 먹고 아이들도 고기를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고기를 먹기로 했다. 덕분에 결혼 후 한 번도 가족끼리 횟집에 가지 못했다. 바닷가에 가도 아내는 조개구이나 칼국수를 먹고 나는 회덮밥을 먹었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굽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가족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초등학교 6학년쯤 돼 보이는 딸아이와 아빠의 대화였다.


"아빠, 오랜만에 외식하니까 좋다"

"그래, 앞으로 자주 하자"


그 들은 한 동안 비상계엄령과 탄핵에 관하여 얘기를 했다. 그리고 딸이 묻는다.


"아빠, 이재명은 좋은 사람이야?"


아빠가 대답한다.

"정치인 중에 좋은 사람은 없어. 누가 덜 나쁘냐지"


정치인 중에 좋은 사람이 없다는 말은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자주 하시던 말이다. 지금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나도 젊었을 때는 냉소나 불신이 많았으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훌륭한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계엄과 탄핵 때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이 있고, 자기 밥값만 하는 사람이 있고, 없어도 되는 사람이 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망하지 않고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옆에 젊은 아빠의 정치 불신을 없애려면 정치인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유명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여서 내용은 알고 봤지만 괜찮았다. 예상외로 청소년들이 많이 관람을 왔다.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우리 아이들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당시 현직 소방관의 일기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의사와 소방관은 똑같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직업이지만 소방관은 자기의 목숨을 걸고 사람의 목숨을 살린다는 차이가 있다."


곽경택 감독은 선이 굵은 영화를 굉장히 섬세하게 잘 만드는 것 같다. 곽도원은 연기는 말이 필요 없다. 접신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 수익금 일부를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기부한다고 해서 더 기분 좋게 영화를 봤다. 


지금처럼 하 수상한 시절에 시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공무원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동스럽다.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진 하루였다.  여운이 남아서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를 기록해 본다. 우리의 행복은 누군가의 희생이다. 


오랜만에 즐거운 하루였다.

따뜻한 영화도 보고 가족들과 즐겁게 식사도 하고.


소방관의 기도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부디 은총의 손길로

제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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