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유냐 존재냐, 소유냐 무소유냐

꽃이 피니 마음이 밝아진다. 2025. 3. 29

by JJ

어림잡아 브런치에 400여 개의 글을 썼다. 수학의 정석, 바둑의 정석, 연애의 정석, 주식의 정석 등 시중에 많은 정석(定石)에 관한 책들이 있다. 인생에도 정석이 있을까? 어쩌면 400여 개의 글들은 내 인생의 나만의 정석(定石)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다.


수학에서 부분집합이고 최소공배수와 같은 의미로, 기본적이고 지극히 상식적인 일상의 행복에 관한 얘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원래 일상은 지루한 것이다. 비슷한 말로 권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루한 일상을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 고수고 승자다.


우울증 환자에게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듯이 일상의 권태에도 처방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정신과 의사가 필요 없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돈의 속성 같은 책도 읽어야겠지만 행복의 속성에 관한 책을 먼저 알아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그런 책이 필요 없는 사람이 더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을 터득한 사람은 읽는 책이 다르다. 책을 읽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고 나서 책을 쓰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책에 쓰여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라는 책에서 어렵고 복잡하게 얘기했지만 소유의 삶을 살든 존재하는 삶을 살든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소유를 논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단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면 안 된다.


법정스님은 "무소유"가 가난하게 살라는 얘기가 아니라고 했다. 돈이 없어도 열등감이 생기지만 돈에 집착하는 것도 열등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돈 버는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과학, 철학, 문학, 경제에 관한 모든 책을 두루 읽어야 한다. 리더는 더 그래야 한다.


그렇게 2년간 별다른 목적도 없이 400여 개의 글을 썼다. 타인에게는 두서없는 넋두리처럼 보여도 내 인생엔 의미가 있는 글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삶의 교집합이고 최소공배수와 같은 의미라고 믿는다. 내게 위로가 되고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에리히 프롬의 책을 몇 줄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가 인간을 소유 중심적 존재로 만들고, 이를 통해 소외와 불행이 커진다. 고로 물질적 부보다 내면의 성장과 인간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행복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얻어진다고 말한다.


존재 중심의 삶을 살기 위해선 사랑, 연대, 자율성이 필요하다. 소유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 삶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테디셀러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니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꽃이 피니 마음이 밝아진다.


봄을 가장 빨리 느낄 수 있는 곳은 산이다. 봄의 신호탄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 예전에 어머니들을 보면 왜 그렇게 꽃무늬 원피스나 몸빼바지를 즐겨 입으실까? 의아했다. 촌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꽃은 아니어도 그 옷으로 기분이 좋아지면 되는 것이다.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작년 2024년에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전동킥보드를 배운 것이다. 작년부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닌다. 처음에는 서툴렀으나 지금은 너무 유용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1년을 꾸준히 타니 선수가 됐다. 접이식이라 이동도 매우 간편하다.


처음에는 방향전환을 핸들로 했다. 점점 내공이 쌓이면 몸을 틀고,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며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난 이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선수가 되었다. 50대 대한민국 남성중에서 내가 전동킥보드를 가장 잘 타지 않을까 싶다.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도 몸에 힘을 빼야 한다. 모든 것에 힘을 빼야 한다. 삶도, 연애도, 주식도, 스포츠도 힘을 빼야 고수가 되는 것 같다.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그걸 다시 깨달았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