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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곱게 늙어야지

by JJ

예전에 브런치에 이런 글을 썼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다."

한 동안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무논리로 아무 때나 이런 말들을 갖다 쓰면 안 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다.


탄핵 찬성의 의미를 정치색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정의의 문제다.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 간음을 상상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간음하는 것은 죄가 되듯이. 사실 간음을 상상한다는 것도 나쁜 것이다. 탄핵 반대를 생각을 하는 것처럼.


나는 탄핵인용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마누라는 자꾸 의심한다. 불안한 것이다. 그럴리는 없다. 모든 문제들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상식적으로 풀면 된다. 법리니 절차니 이런 것은 형식에 불과한 것이다.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이유를 갖다 붙이면 되고, 내려가면 내려가는 이유를 갖다 붙이면 되는 것이다. 이유는 만들면 된다. 정의는 상식적이어야 한다. 인생은 상식이다.



곱게 늙어야지

엊그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했다. 21살에 군대에 입대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군인 아저씨가 되다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아빠가 되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아빠라니......"


쉬흔 즈음에 흰머리가 나기 시작해서 놀랐다.

"나도 늙고 있구나"


딸과 치과에 다녀오다가 집 근처에서 6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딸과 자전거를 함께 타고 오는 길이었는데, 뒤따라오는 딸을 기다리느라 자전거를 잠시 세웠다. 그러자 그 여자는 다짜고짜 자전거를 세우지 말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리둥절하고 어이가 없었다. 자전거를 주차한 것도 아니고 핸들을 붙잡고 잠시 멈춰 있었을 뿐이다. 더군다나 그곳은 그 여자의 집 주차장도 아니고 도로였다. 몇 마디 오가다 보니 나중에는 화가 났다. 급기하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좋게 한마디 하고 돌아서려고 했지만 너무도 뻔뻔한 그 여자의 모습에 더 화가 났다. 그렇게까지 크게 벌어질 일은 아닌데 말이다. 그냥 참고 지나갔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가 저런 마인드를 갖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가 변하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묵시하고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여자는 또 누군가에게 그런 행패를 부릴 것이다. 늙어도 품위 있게 늙어야 한다. 존경받지는 못해도 욕먹으면서 늙고 싶지 않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에 매몰이 되어 주문처럼 자기 말만 해대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무서운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안국동에도 이런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곱고, 바르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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