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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우나, 화장실의 공통점

feat 심은경 "빗물" 수상한 그녀 OST (원곡: 채은옥)

by JJ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오늘도 딸과 도서관과 치과에 다녀왔다. 오후에는 비 오는 산속을 어슬렁 거리며 한참을 돌아댕겼다. 꽃이 피는 현장을 목격하고 싶어서 이곳 저곳 두리번거렸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매화에 이어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가 먹었다는 얘기다. 젊을 때는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것이 별로 신비롭지 않았다.


A직원은 키우던 반려견이 죽어서 많이 슬픈가 보다. 마당에 묶어 놓고 키우는 똥개가 죽어도 슬픈데 요즘 반려견들은 인간에게 "개"이상의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A는 반려견으로 위로를 받고 사랑을 느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자연에서 치유를 받는다. 특히 산은 내게 더 특별하다.


산악회 사람들이 100대 명산을 다니고, 등산하고 난 후 술 한 잔 먹고 노래방 가서 스트레스 푸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문제를 해결할 때는 산으로 올라갔고 힘들면 산에 올라갔다. 그래서 산속에 있으면 마음이 아주 평온해진다.


극도의 평온함을 느낀다.


가끔 완벽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지의 섬이나 산에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쉬운 데로 집 또는 집 주변에서 고독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 인간은 혼자 있어도 외롭고 같이 있어도 외로운 동물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혼자 있어도 즐겁고 같이 있어도 즐거울 수 있다.


비 오는 산, 아무도 없는 산에 가면 내가 산의 주인이 된다. 이 산이 내 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색

이문열 작가의『사색(思索)』이라는 책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이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과 삶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고 존재와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겨있는 수작이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얘기다.


요즘은 사색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사색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놀거리도 많고, 볼 것도 많고, 이뤄야 할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뭐가 너무 많은 시대다. 즐기다 죽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그러나 놀아도 스토리 있게 놀아야 한다. 컨셉이 있어야 한다. 철학 있게 놀아야 하고 철학 있게 먹어야 한다.


눈과 비는 사람을 뗀띠멘탈하게 만든다.

오늘은 마누라가 모임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을까, 된장국을 끓여 먹을까 고민 중이다.


https://youtube.com/watch?v=PHBK0HanyoE&si=8zbWyNFEsKyHWU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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