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는 어디에
작가에게는 작가정신이 필요하듯이 배우에게는 배우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라고 같은 작가가 아니고 배우라고 같은 배우는 아니듯이. 좋아하서 하는 일,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 이상의 직업의식이 있어야 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공인(정치인, 연예인포함)일수록 더 그렇다.
자식은 왜 낳아야 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에 대한 정신이 필요하듯이 음악인 예술인, 정치인, 직장인, 사장 모두 그런 정신들이 필요하다.
넘버 3 (1997)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쉬리 (1999)
서울의 달(1994)
낭만닥터 김사부(2016-2023)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2024)
나는 한석규를 좋아한다. 그는 배우정신이 있다. 왜 배우를 하고, 어떤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것이 연기와 작품에서 느껴진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 배우가 죽기 전에 대중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작품이 한 개라도 있으면 그 배우의 인생은 훌륭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석규의 연기는 진지하고 진정성이 있다. 그는 에세이스트적이고 다큐멘터리스트적이다. 공상이나 환상이 없다. 극사실주의적 연기를 한다. 그래서 좋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샤방샤방하고 알콩달콩한 맛은 없지만 너무도 진실되고 사실적이다. 그는 카리스마 있는 로맨티시스트다.
진지한 것을 싫어하는 시대. 위기를 정면으로 부딪혀서 이겨내는 무데뽀정신이 부족한 시대. 가벼운 시대. 사색하지 않는 시대. 달달함만 찾는 시대. 계엄의 시대. 이런 시대에 카리스마 있고 정의로운 김사부(師父)가 나타나서 가르침을 주었으면 좋겠다.
의정갈등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바뀐 것도 없다. 계엄이 선포되고 3개월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매일 위태위태하다. 국민만 피해자다. 도움을 줘도 모자랄 판에 피해를 준다. 정치든 의료든 김사부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