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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웰다잉(wel-dying) 2 ***

by JJ

마흔 살에 처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때도 나름 진지하게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는데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그때는 막연한 진지함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더 구체적이다.


남자아이들은 중, 고등학교 때 한 번쯤 군대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가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고 가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대체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스무 살이 되면 가고 싶던, 가고 싶지 않던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군대는 가끔 빽으로 빼는 사람도 있지만 죽음은 누구도 예외가 없다.


우리는 죽음에 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한다. 나와 상관없고 먼일이라고 생각한다. 깊게, 진지하게 생각하면 너무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 고통이나 통증도 두렵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두려움, 공포감, 아무것도 없고 무로 돌아간다는 것이 너무 무섭고 두렵다.


그동안 잘 사는 것만 생각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는데 먼지로 돌아간다는 게 억울하고 허무하고 무섭다. 열심히 살지나 말 걸 그랬나? 보람되고 가치 있는 있는 일을 했어야 했나? 은행나무는 짪게는 수백 년, 길게는 천 년을 넘게 산다. 인간은 길거리의 은행나무보다 훨씬 짧게 살다 간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순재 배우가 엇그제 91세 나이로 별세했다. 아주 친숙한 배우님이었다. 순리대로 하늘나라로 가는 것도 어찌 보면 행복이다. 올해도 이렇게 작년처럼 지나간다.




(故) 신해철-나에게 쓰는 편지 (1991)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 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계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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