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도 즐겁게 하는 사람이 있고, 회사도 즐겁게 다니는 사람이 있고, 결혼 생활도 즐거운 사람이 있다. 그러나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때론 탈영, 퇴사,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 경우 만기전역했고, 회사는 10년 장기근 속 중이고, 결혼 생활도 19년이 되었다. 깨달은 건 잘 버티면 나중에 대체로 좋아지고 편해지는 것 같다. 물론 병장도 탈영을 할 수 있고, 장기근속을 해도 힘든 사람은 계속 힘들 수도 있다. 부부로 30년 살다가 황혼이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버티다 보면 대체로 상황은 훨씬 나아진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미래가 보이는 회사는 버티면 99% 주가가 상승한다.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흔들려서 파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 무엇이 남을까? 군생활에서 뭐가 남을까? 결혼해서 뭐가 남을까? 대학 가서 뭐가 남을까? 뭐가 됐든 버티고 끝장을 보면 뭐라도 남는다.
수험생도 마찬가지다. 평생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부담감을 덜고 고등학교 2-3년만 잘 버티자는 생각으로 버텨야 한다. 끝이 보여야 버티는 힘이 생긴다. 군대, 회사, 결혼, 수험생 모두 마찬가지다. 군대에서 매일 깨지고, 회사에서 매일 깨지고, 결혼 생활은 맨날 싸우고, 수험생인데 공부는 매일 하기 싫고....
그래도 버텨라. 잘하려고 하지 말고, 버티려고 해라. 맨날 싸워도 이혼은 하지 말고, 잠을 자도 도서관 가서 자라. 그러면 포기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노력과 인내를 내 몸과 정신이 기억을 하기 때문에 다음에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것이다.
경험론, 철학자 흄 : 경험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
이성론, 철학자 데카르트 : 경험하지 않아도 생각하면 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짬뽕, 철학자 칸트 : 둘 다 맞고, 둘 다 틀렸다, 경험 + 이성이다.
나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고 말하지 않는 편이다. 남의 말이나 글을 모아다가 책을 내고 돈을 버는 세상이지만, 나는 어지간하면 내가 경험한 것만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참고 문헌이나 자료 출처 같은 건 없다.
죽고 사는 문제인 삶을 뻔지르한 이론이나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싫어하고 빨리 나가서 접시 닦으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성공하면 내 삶이 또 하나의 이론이 되는 것이다. 너무 텍스트에 목메지 말라. 판타지 에니매이션이나 현실감 없는 드라마나 영화도 잘 보지 않는다. 경험한 것만 말하다 보면 삶이 재미없기는 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는 꽤나 만화영화를 좋아했고, 중학교 시절에는 만화방에서 무협지를 하루 종일 읽었던 기억도 난다. 피천득, 황순원, 이해인, 박인환, 유안진, 이어령님등의 수필이나 시도 꽤 좋아했고 원태연의 말랑말랑한 시도 꽤나 즐겨 읽었다. 세파가, 녹녹지 않은 삶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은 오래 하면 편해진다. 그러나 편해지면 다시 긴장해야 한다. 편해졌다고 해서 계속 편한 상태로 있으면 안 된다. 편해진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즐기고 만족해야지 계속 편한 상태로 살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삶이 그렇다. 돈이 많으면 다른 것으로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편해져도 긴장을 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