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와 갱년기가 가정의 평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나들이 중심으로

by JJ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 번은 넘어야 하는 산이 있는데 그것은 중2와 갱년기가 골든크로스 되는 시기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중2 딸과 갱년기 엄마가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내아이 중2와 갱년기 아빠의 만남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여러 가지 가설만 있을 뿐이고 시시콜콜한 넋두리로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딸은 최근 들어 공부 스트레스가 심해서 인지 엄마와 말타툼도 많아졌다. 게임을 하는 시간도 부쩍 늘어났고 친구와 새벽까지 통화를 하기도 한다. 아침에는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일어나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엄마도 갱년기라 아침마다 두 사람의 전쟁은 이미 일상이 되어 버렸다. 평화롭고 고요해야 할 출근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오늘의 배틀 주제는 한강 나들이다. 딸은 친구들과 한강 나들이를 가겠다고 하고 엄마는 안된다고 한다. 주말에도 스마트폰과 물아일체 되어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구는 딸을 보며 심기가 불편했고, 무엇보다 그동안 귀가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신뢰가 무너졌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딸은 여름에도 캐리비안베이 워터파크를 가지 못하게 하고 한강 나들이까지 못 가게 하는 엄마가 원망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캐리비안베이를 못 가게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당시 코로나가 재 유행된다는 걱정이 있었고 무엇보다 보호자 없이 친구끼리 워터파크를 가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고 판단해서였다.


20221015_131659.jpg 워터파크 대체재로 강원도 아야진 해변을 택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빠 모기는 뭘 먹고살아?" 하면서 천진스럽게 질문을 하던 딸의 모습은 간데없고 근본도 없고 출처도 알 수 없는 이상한 비속어를 남발하는 딸을 보고 있자니 망연자실하게 된다. 다행히 아직은 언어의 난폭성과 욕의 수위가 높지 않아 주의를 주고 있는데 걱정이다.


조상을 둘러봐도 가문을 통틀어 보아도 욕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DNA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내는 본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면 나에게 떠 넘기곤 하는데 모르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고 남편도 남편이 처음이다.


난데없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하루 종일 게임하다가 자정이 되니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친구처럼 편안 부모가 되려고 했는데 가끔은 친구 대하듯이 말하는 경우가 있다. 아내의 조변석개하는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딸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 밥을 차려먹고 간단한 요리를 해 먹고 간단한 빨래를 한다. 엄마와 화장품을 같이 쓰기도 하고 엄마가 결혼 전에 입었던 입었던 옷을 입기도 한다.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를 능숙하게 조작하며 음식을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존경심이 생긴다.


아내는 저녁 7시까지 들어오는 것을 약속받고 딸의 나들이를 허락했다. 아침에 엄청난 데시벨로 소리를 높여서 격한 언쟁을 벌이던 아내와 딸.

밤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정한 모습으로 소곤 데며 오늘 일어난 자잘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이런 시추에이션이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소박하다. 조용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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