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세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엄마를 보내며
어머니는 그렇게 하늘로 가셨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소박하고 검소한 장례를 마쳤다. 작별인사라도 하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하고 속상하고 또 죄송하다. 아버지도 하늘로 가시고 형님도 하늘로 가시고 이제 어머니도 가셨다. 한 동안 기분이 가라앉고 슬픈 마음도 있었지만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슬픔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다.
직장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일을 해야 하고 집에서도 쳐져 있는 가장의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슬픔은 내 몫이고 일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흘러가야 한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는 이해하실 것이다. 아들이 슬픈 마음이 없어서 밝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슬픈 생각을 오래 하면 계속 슬픈 마음이 드니 좋은 생각을 많이 하기로 했다. 엄마랑 바다구경도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꽃밭에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 좋은 기억만 하려고 한다. 50년 넘게 내 곁에 있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어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이 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갔다. 형님도 숨이 멎는 순간까지 어머니 걱정을 했듯이 어머니도 마지막까지 자식과 손주 걱정을 하셨다.
애도하고 슬퍼할 틈도 주지 않고 회사에서 업무처리 하듯 정신없이 장례를 마치고 며칠이 지나서야 어머니를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생각을 해 본다. 그 저 살던 데로 살면 될 텐데..... 남은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을 어머니도 원하실 것이다. 자고 있는 아들을 품에 안으며 엄마의 향기를 느껴본다. 엄마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자식의 존재가 많은 위안이 되는 요즘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을 하기보다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육체든 정신이든 진짜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한 순간도 만만한 시간은 없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매 순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감기 몸살과 복통 때문에 며칠 고생을 했다. 잠깐의 며칠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는데 오랜 시간을 고통과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 본다. 나태한 삶에 반성을 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며 살아야 한다. 죽음을 너무 멀리 생각해도 안되고 너무 가까이 생각해도 안된다. 분명한 건 모든 인간은 죽는다.
세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을 겪으며 인간의 관계라는 것에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이 조문을 와주셨고 그 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결혼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관계라는 것 역시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데로 흘러가지 않았다.
꼭 나의 의지로만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관계가 단절되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관계는 그렇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합리적이 아닌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기준에서의 합리였던 것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들은 어떤 마음으로 조문을 했을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조문을 했는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인간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나? 어머니가 내 준 숙제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엄니, 잘 계시죠? 아버지, 형이랑 같이 계시겠네... 저는 그냥 그냥 지내요. 별 일은 없어요. 자식 키우면서 먹고살다 보면 엄니 생각 자주 못해도 이해해 주세요. 아들 속상하고 힘들일 있으면 하늘에서 위로도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고요.
어떨 때는 사는 게 행복하기도 한데 어떨 때는 힘들기도 해요. 엄니도 그랬겠죠.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니까......
하늘에서는 자식걱정 그만하고 편히 계세요. 막내 아들이 한다고 했는데 서운해하시지 않았으면 해요.
엄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