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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Nov 26. 2022

인연이란 무엇인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지 16년이 됐다. 결혼은 사생활과 이기심을 버리고 희생하는 마음이 없으면 유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상과 현실의 갭을 줄이는 삶이 행복한 삶이듯 결혼생활도 비슷하다. 희생하고 포기할 마음이 없다면 결혼을 하지 않는 편이 낳다. 그래도 속상해하지 말자. 희생하고 포기한 것에 대한 억울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기쁨과 행복도 있다.


결혼의 삶도 비혼의 삶도 녹록지는 않다. 부정적으로만 보면 결혼의 삶이든 비혼의 삶이든 힘든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혼자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결혼생활이 힘들다며 죽네 사네 하는 결혼자들도 다시 태어나면 결혼을 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혼을 한 경우는 다르겠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대부분 그렇다. "힘들지만 할 만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중에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기 싫은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 결혼 생활이 힘들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힘들어도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숭고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랑질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반드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긴다. 최대한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과 능력이다.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서로 지식만 많으니까 싸움이 끝이 나지 않는다. 다들 논리라면 한 논리 하는 사람들인데 사는 게 논리로 다 풀어지던가?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인생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다. 내 맘대로 산 다는 것이 좋은 것 만도 아니다. 남들도 함께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돈 있다고 갑질하지 말고, 몸 좋다고 너무 웃통 벗고 다니지 말자.


교동도


세상에서 나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면서도 나의 말을 가장 들어주지 않는 사람, 나에게 상처를 가장 많이 주었지만, 나도 가장 많이 상처를 준 사람. 그래도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아내다. 가끔은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 난 아내를 사랑하는 걸까? 사랑한다며 배려심도 없고 귀찮다고 해주지 않는가? 사랑한다는 것이 고작 이정돈가? 좌우지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바닷물에 빠져서 한 사람만 구해야 한다면 아내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쩌면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나의 방어기제의 표현들 같다. 그로 인해 과한 말을 주고받으면서 싸움이 진전된다. 지금도 여전히 좋은 곳을 보면 아내와 함께 오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이 난다. 사랑하는 게 맞기는 맞는 것 같다. 결혼 10주년 때는 여행을 가서 크게 싸웠다. 역대급이었다. 여행 일정의 절반 이상을 침묵의 시간으로 보냈다. 


오죽하면 그 해의 버킷리스트가 "아내와 싸우지 말자"이었겠는가? 지금은 빈도도 감소하고 강도도 약해졌다. 아주 가끔 티격태격하는 정도가 전부다. 아내의 데시벨이 높아질라치면 나만의 아지트 뒷동산으로 피신한다. 매우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 최근 1년간 말타툼 횟수 0이다.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미안하다. 내가 상처를 주었으니 내가 약도 발라주어야 한다. 


기억을 꺼내면 상처이고 기억을 덮어두면 상처가 아닐 수도 있다. 상처가 기억나지 않도록 좋을 기억으로 하나씩 채워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예전엔 믿지 않았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있는가 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인연이다.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먼지처럼 이슬처럼 사라졌다. 그 속에서 남아 있는 단 한 사람. 인연은 우연히 온다. 그리고 노력으로 완성된다. 


무심코 열어본 싱크대 수납장에 쿠폰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냉장고 옆에 돼지 저금통에는 10원짜리 동전이 가득 담겨 있다. 1,000원 아끼려고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 아내를 보면 또 미안하다. 여러 가지로 미비한 남편과 살아줘서 고맙다. 모든 남편이, 아빠가 사는 이유는 하나다. 가족, 그 하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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