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24

by JJ

해마다 눈 오는 겨울밤이면 생각나는 글 귀가 있다. 작가 전혜린의 저서에 쓰여있는 문구다.


"젊음의 개가(凱歌)와도 같고 사랑의 축가(祝歌)와도 같은 눈뭉치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그때는 이 표현이 그렇게도 설레고 멋있게 느껴졌다. 눈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눈은 어렸을 때도 내렸고 어른이 된 지금도 내린다. 늙어서 허리가 굽고 백발이 되어도 눈을 내릴 것이다. 눈은 사람을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다.


동네 공원에 핀 눈 꽃



얼마 전 아이들과 아내와 영화를 봤다.

서울의 봄.

관객수 천만이 넘은 영화는 좋든 싫든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삶의 지론이다. 황정민의 신들린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이태신역의 정우성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 옆에 앉은 중년의 남성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나 또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12.12사태가 일어나는 몇 시간 동안의 긴박함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연말연초 고난의 시간들이 계속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병치례에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다. 몸살, 승모근 통증, 기침감기가 이어지고 있다. 몸을 아끼고 몸을 사랑해야 한다. 입안에는 염증이 생겼고 목과 어깨에 담이 걸려서 이틀 동안 시체처럼 누워있다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자의 반 타의 반 영화를 보게 되었다.







눈 내린 뒷동산 야경. 덕유산 상고대가 부럽지 않다.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자 목표이니 그렇게 보면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룬 것 같다. 특별하거나 특출 난 삶을 살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남들이 해보는 것 다 해보고 기회가 되면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도 한번 해보는 것이 소망인데 그건 상대적인 것이라 그것으로 삶의 완성을 판별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남들이 먹는 거 먹고, 남들이 보는 영화 보고, 남들이 하는 연애 나도 하고, 남들이 결혼해서 애 낳는 거 나도 나도 결혼해서 애 낳아보고 보는 것...... 남들이 대학 가면 나도 대학 가고, 남들이 군대 가면 군대 가고 이런 "남들이 이론"은 평범한 내 삶을 만족시키는데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이론이다. 남들이 해본 것을 해봐야 공감능력이 생긴다. 억지로 공감할 필요는 없지만 공감하려는 노력도 배려심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평범(平凡)이 곧 비범(非凡)이라 했다. 평범한 삶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다. 제너럴리스트이면서 스페셜 리스트이어야 한다. 남들의 경험을 함께 공감하고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쌓아야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나 싶다. 남과의 공감을 무시한 나만의 특별함은 아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