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ver 2024

by JJ

둘째 졸업식을 다녀왔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40여 년 만에 다시 초등학교 졸업식장을 다녀온 것이다. 세월이 무상하고 격세지감을 느낀다. 졸업식장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교생 아이들에게 모두 상장을 하나씩 주는 것이었다. 아마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 인 것 같다. 선후배 간의 송사와 답사, 송가와 답가도 인상적이었고 졸업식 노래도 나 때와는 달랐다.


"빛 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가 아니고 박진영의 "졸업"이라는 노래를 전교생이 불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떻게 졸업식을 했었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6.25 사변이나 보릿고개처럼 어려운 시절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풍족한 시절도 아니었다. 부모님들께서 생업에 바빠 졸업식을 참석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 집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버지께서 나의 졸업식에 오셔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아버지와 나와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고등학교 때는 졸업식을 하고 나서 친구들과 짜장면을 먹고 당구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요즘 초등학생 아이들은 학사 가운을 입고 졸업식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교장 선생님은 졸업생들에게 나태주 시인의 시를 낭송해주기도 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학교 운동장에 만들어 놓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인증샷 후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자살도 있고, 각종 언론이나 미디어 매체를 보면 교권이 무너지고 초등학교 학생들의 범죄나 세태를 걱정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아이들이 순수한 것 같다. 부모가 순수해야 아이도 순수하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도 결정되고 나라의 미래도 결정된다.







아내는 졸업식날 학교 앞에서 파는 꽃은 부실하고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강남 꽃 도매 시장에 가서 꽃을 사자고 했다. 퇴근 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도매시장을 함께 다녀왔는데 그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졸업시즌이어서 인지 이미 주차장이 마비상태였고 시장 안은 꽃을 사러 온 사람들로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꽃 값도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졸업식 꽃다발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서 꽃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름값, 주차비만 날리고 다음날 학교 앞에서 파는 아주머니에게 꽃다발을 사서 졸업식에 갔다. 한 해 한해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고 변한다. 젊을 때는 비판적이고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사실 그런 것은 개인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그때는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가능하면 어떤 상황이 되었건 긍정적으로 해석을 하려고 한다.


꽃도 못 사고 헛고생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아들 졸업식 때문에 도매 꽃시장이라는 곳도 처음 가보고 새벽에도 꽃을 사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인파들이 몰려드는구나. 정말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어디에 가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것을 또 배우고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고 감사하다. 회사가 바빠서 졸업식에 참석을 해야 하나? 안 가면 아들이 서운해할까? 고민을 했는데 참석하기를 잘한 것 같다. 일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지만 아들의 졸업식은 평생 한 번 있는 것이니 가기를 잘한 것 같다. 특별하거나 유난을 떨 필요는 없지만 남들이 느끼는 소소한 행복은 나도 느끼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