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이야기

막장인가? 처세인가?

by JJ


20년 전 이야기다. 남자 A는 약간의 바람기가 있다. 그는 센 여자 B를 만나게 된다. 한 쌍의 바퀴벌레처럼 알콩달콩 연애를 한 후 결혼을 했다. 그런데 신혼 2년 차에 남자 A가 바람을 피웠다. A는 모든 여자에게 껄떡대고 합이 맞으면 몸을 섞었다. 백번 양보해서 솔로일 때면 이해하겠지만 결혼 후에 병이 도진 것이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자 센 여자 B도 맞바람을 피운다. 남편이 출근 한 틈을 타 외간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살을 섞는다. 남편과 잠자리를 했던 침실에 다른 남자가 누운 것이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이 이야기는 20년 전 실제 주변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다. A는 이혼을 할 것인가? 하지 말 것인가로 한 동안 고민을 했고 "일단 살아보자. 살면서 생각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 후로 20년이 지났다.

남자 A와 여자 B는 요즘 매주 캠핑을 다니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다정히 서로 등 긁어 주는 사이가 되었다. 당시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는 남자 A의 이야기를 듣고 한 동안 충격에 휩싸였다. 만약 나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때 배우자를 선택하는 확고한 기준이 생겼다. 나의 배우자는 아무것도 필요 없고 가정만 지키면 된다는 기준이 생긴 것이다. 꿈은 현실로 이루어졌고 5년 후에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내를 만나서 잘 살고 있다.(이쯤에서 아내 살짝 디스) 가정을 지켜주고 있는 아내가 고맙고 행복하다. 물론 다 좋지는 않다.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아내에게 바라는 점을 얘기하라고 하면 책 한 권은 쓸 수 있다. 아마 아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이혼을 상상해보기도 할 것이다. 이혼을 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다면 빨리 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다면 끝까지 버텨보는 것도 방법인가 보다. 개인차가 있으니 판단은 알아서 할 일이다. 위 사례를 보면 살다 보면 무뎌지고 괜찮아지고 초연해지기도 하나 보다. 한 때 황혼이혼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었는데 가급적이면 끝까지 사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나는 총각 때부터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연애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애 낳고, 애 낳으면 이혼은 없다. 바람의 아들 A는 나와는 정반대의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자유롭게 연애하고, 결혼은 안 해도 되고, 애는 낳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말한 그였지만 지금은 장성한 아들이 둘이나 있고 가정 밖에 모르는 남자다. 사람은 그렇게 변하기도 한다.


철학과 가치관은 달라도 결혼해서 애 낳고 살다 보면 바람의 아들 A나 나나 도긴개긴 비슷한 인생들이다. 하루 세끼 밥 먹고 남에게 해코지 안 하면서 잘 살고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오늘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또 내일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아마 A는 나보다 고단수 일 수도 있다.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한 인간 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