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가 되면 학교에 제출하는 학생 신상조사서가 있다. 거기에 적힌 내용을 들여다보니 아들의 꿈은 회사원이었다. 이변이 없는 한 아들의 꿈은 이루어질 것 같다. 내심 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어떤 꿈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꿈이 회사원이라니 알 수 없는 웃음이 났다.
한 번쯤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는 것은 좋지만 꿈을 강요해도 안 될 것 같다. 지금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다.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변할 수 있다. 꿈을 이루는 것이 끝은 아니고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이루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물론 꿈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다. 목표가 일찍 생겼다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문득 아들의 꿈이 없는 것이 내 탓은 아닐까? 생각했다. 부모는 늘 그렇다. 못해주면 못해줘서 미안하고, 잘해주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중학생 아들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말 수도 적다. 어느 때는 무기력해 보이기도 한다. 온 집안의 DNA분석해 봐도 그런 기질은 없는데 신묘하다. 중학생이 되어 자기 방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도 필요 없단다.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다. 진정한 무소유(無所有)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필요한 게 딱 한 가지 있긴 하다. 게임 아이템을 살 때면 인증이 필요하니까 나를 찾는다. 그때만큼은 의욕이 불타오른다. 유일하게 눈에 총기(聰氣)를 띄고 생기 발랄해진다. 아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다는 아내의 전언(傳言)이다. 게임 선생님으로 불린단다. 국내 최연소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