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원시시대 살았던 원시인들은 우리보다 불행했을까? 지금 우리는 원시인들보다 과연 행복할까?
나는 아이들을 낭만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눈이 내리면 고무다라이로 눈썰매를 만들어서 끌고 다니며 놀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스키장에 가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눈썰매를 타기도 했다. 처음부터 스키장 썰매에 익숙해지면 고무다라이의 낭만과 소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일생을 고무다라이로 눈썰매를 타게 하면 안 될 말이다. 그러면 이 세상의 모든 눈썰매는 고무다라이로 끌고 다니면서 타야 하는 것으로 알 수도 있기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리더들(대통령, 공직의 주요 관료들, 기타 오피니언 리더들)은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을 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눈물 젖은 빵도 먹어 보고, 호텔 최고급요리도 먹어보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워보고, 군필자이고, 출산자이고 등등.
고무다라이로 눈썰매를 타본 사람이 그들만의 낭만과 아픔을 알 수 있다. 경험이 많아야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명분도 기타 그 무엇도 사람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니던가? 그보다 중요한 명분은 없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산 정상에 올라가서 경치를 보는데, 그는 경치가 아름다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단지 취향의 차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바다에 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바다가 주는 아름다움과 힐링을 몰랐다. 그는 어려서부터 낭만을 느낄 틈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치열하게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 돈은 있었으나, 그 돈으로 무엇을 해도 낭만이 생기지 않았다. 낭만적인 놀이를 하기보다는 유흥에 돈을 썼다. 설원을 감상하며 스키를 즐기는 것보다 술집에서 술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즐거웠던 것이다. 락(樂)의 차원이 다르다.
보통 어렸을 때의 습성이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내 경험도 그랬다. 태생적으로 DNA가 감성적인 면도 있다. 아티스트 기질이나 문학적 감성이 타고나면 훌륭한 작곡가나 작가가 되기도 한다. 전교 1등은 노력하면 가능하고 전국 1등은 타고난다고 한다. DNA에도 영향도 있다.
아이들의 낭만은부모들이 충분히 채워 줄 수 있다. 아이와 등산하면서 유튜브로 학습을 시키는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 공부도 제대로 안되고 자연도 느낄 수 없다. 지금 우리 집의 아이들은 낭만을 따질 나이는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과 낭만을 쌓아야 할 때이다.
낭만과 돈질은 다르다. 아이들에게 풍요로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정말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래도 후회가 없는 건 아이들의 낭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아이들이 그것을 알아주거나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 나와의 약속이었다.
원시시대 살았던 원시인들은 우리보다 불행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때는 모두가 스마트폰이 없었고,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못했고, 명품백이 없었다.앞으로는 로켓 타고 달나라 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원시인들도 상대적으로 먹는 놈은 더 먹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낭만도 때가 있다. 낭만적으로 살아야 한다. 50살 먹고 갑자기 낭만이 생기지 않는다. 어렸을 때, 젊었을 때부터 낭만을 연습해야 한다.
아이유와 최백호가 함께 부른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 아이유는 참 영리한 가수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삼촌팬, 아저씨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산울림의 "너의 의미"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같은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때문에 아이유 팬이 된 아저씨들도 많다. 유희열의 시선이 느끼해서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콜라보가 환상적이어서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