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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Apr 23. 2023

'골'이 좋아서 공격수를 하겠다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리어에 대한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지금 하는 일은 막상 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분명 시작할 때는 그 일이 재미있어 보였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커리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반만 맞다고 생각해요. 왜 재미있어 보였던 일도 막상 시작해 보면 그렇지 않을까요?





친구들끼리 축구를 하면 대부분 공격수를 하고 싶어 합니다. 뭔가 멋져 보이지 않는 수비 보다는 골을 넣어 득점을 하는 공격수의 역할이 더 재미있어 보이거든요. 하지만 막상 축구 경기가 시작되면 생각처럼 재미있지 않아요. 수비와 마찬가지로 공격도 고되고 힘듭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골’은 경기 중 아주 가끔만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공격수는 경기 시간의 대부분을 그라운드에서 가장 다부지고 터프한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보냅니다. 우리편의 패스를 받기위해 전력 질주를 하다보면 매 순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기도 합니다. 축구 경기를 해 보면 득점 없이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많아요. 득점이 없더라도 공격수는 거친 몸싸움과 전력질주를 하면서 경기 시간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사실 공격수는 ‘거친 수비를 뚫는다’는 문제를 풀어내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공격수를 하겠다는 결정은 체격 좋은 수비수들의 터프한 견제에 수십번 그라운드에서 넘어지더라도 이 문제를 풀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골’이라는 결과만을 생각하고 공격수가 된 사람들은 금방 공격수의 역할이 재미없어 질거예요. 


등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이 좋아서 높은 산에 오르는 등산을 하겠다고 하면 금방 등산이 싫어질 거예요. 사실 정상에서 멋진 뷰를 보는 것은 아주 잠깐이고 등산은 거칠고 험준한 산길에서 중력이라는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거든요. 등산을 하겠다는 결정은 이 문제를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끈덕지게 풀겠다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상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험준한 산길에서의 한걸음 한걸음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높은 산을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이국적인 풍경’이 좋아서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겠다는 결정은 매우 위험합니다. 오지 여행에서 이국적인 풍경은 아주 잠깐이고 대부분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예요. 특별한 풍경을 보기 위해 오지로 여행을 가겠다는 것은 굴하지 않고 이 문제를 풀겠다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국적인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결국 더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도 그렇습니다. ‘예쁜 몸’이 좋아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결정은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누군가의 앞에서 몸을 보여주거나 거울 앞에서 내 몸을 보는 시간은 아주 찰나이고 대부분 극도로 절제된 삶과 강도 높은 운동 목표를 달성한다는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결정은 스스로와의 약속같은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예쁜 몸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의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는 규율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저는 커리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커리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내가 앞으로 풀 문제를 정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 많은 문제 중에서 어떤 문제를 계속 풀어볼지 결정하는 것이예요. 삶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회사에서 일하면서 문제를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생과 회사 생활은 모두 문제의 연속에 가까워요.


하지만 문제를 푼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힘듭니다. 수비수의 견제와, 비탈길의 중력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과, 극도로 절제된 생활이라는 문제를 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처럼요. 그런데 회사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푸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선 글에서도 말한 것처럼 커리어는 결국 문제 해결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어떤 문제를 풀지 결정하는 일은 당분간의 나의 성장과 커리어의 방향성 또한 결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를 기대하게 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요. 우리가 기대하는 ‘재미’는 대부분의 경우 ‘결과’에 가깝습니다. 축구, 등산, 여행, 다이어트에서 처럼 재미있는 결과는 그 일을 하는 동안 아주 가끔씩만 있어요. 대부분 이 결과를 위해 고된 문제를 푸는 고통의 시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재미를 기대하고 어떤 일을 선택했다가는 문제를 풀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거예요. 큰 문제를 풀어 재미와 보람을 느낀 사람들도 그 결과까지 이르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합니다. 입을 모아서요. 


그래서 저는 재미를 찾아 커리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지금 하는 일은 막상 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저 또한 덕업일치를 꿈꾸며 이직을 해 보았지만 회사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항상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가끔 문제를 풀었을 때는 재미있었어요. 문제가 인풋이고, 재미는 아웃풋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커리어의 방향을 정할 때 ‘재미있어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풀었을 때 보람이 있을 것 같은 문제’를 잘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커리어는 문제 해결의 역사이고, 우리는 일하면서 문제를 피할 수 없고, 그렇다면 어려움과 고통이 있더라도 어떤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풀어볼 지 결정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전부니까요. 


그래서 커리어의 방향을 고민 할 때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나?’가 아니라 ‘생각보다 힘든데 풀었을 때 보람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도 득점의 짜릿함보다 거친 수비를 뚫어내는 문제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아무리 높은 산을 오른 등산가라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을 감상한 시간보다 어깨를 짓누르는 중력이라는 문제와 씨름한 시간이 더 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요.


세 편의 글을 통해 커리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았는데요. 핵심적인 내용들은 제가 작년에 콜로소와 함께 제작한 커리어 / 인사이트에 대한 온라인 강의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쉽게 권하기 힘들지만 더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강의를 참고하시는 것 또한 추천 드립니다. 


https://coloso.co.kr/products/insight-seohyeunjik

관련하여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그램 @zseo_hj /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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