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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Jun 20. 2023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1. 20대부터 30대까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지금의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2. 하지만 저는 이것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하게 20~30년을 살아온 성인이라면 좋아하는 것이 없을 리도, 모를 리도 없으니까요. 모두 취미가 있고, 그 중에는 남들보다 더 깊은 수준으로 즐기는 취미가 한 두 개는 있을 거에요. 생각하면 즐거운 일이 있을테고, 그 중에 몇몇은 가슴 떨리며 설레는 것도 있을 겁니다.


3. 만약 이런 것이 전혀 없다면 먼저 무엇이든 많이 경험을 해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인도 속담에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면 간절히 신을 찾되 노젓기를 멈추지 마라는 말이 있다고 해요.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기 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양하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직접 경험 하는 것이 힘들다면,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쉬운 방법입니다. 20대 초반이라면 아직 경험이 없을 수 있는데요. 30대가 되었는데도 아직 해보고 싶은 것들을 작게나마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저는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4년과 군대 2년을 빼고도 5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4.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애써 모른 척 하는 이유는 사실 그 일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면 선망하지 않을테니까요.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멋진 일들은 쉽게 이루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인생의 절반은 행복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행복 뒤에 있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이에요. 그 사실을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보면 어른이 되고 나서는 선뜻 하고 싶다고 말하기 힘든, 하나 같이 고통스럽지만 멋진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5. 멋진 몸매를 가지고 싶지만 매일 배고픈 채로 운동하는 일은 고통입니다. 해외에서 회사를 다니고 싶은데 낯선 언어로 외국인들과 경쟁해 살아남는 일은 고통입니다. 멋진 책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지만 모두에게 공감 받는 글을 위해 머리를 쥐어 짜는 일은 고통입니다. 훌륭한 의사가 되어 환자를 돕고 싶지만 공부를 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은 고통입니다. 세상을 혁신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지만 그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입니다. 사람들은 멋진 결과를 좋아하지만 그 과정은 대부분 고통스럽습니다.


6.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는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과정의 고통을 감수하고서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을 딱 정하기 위해서는 그 일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도 함께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고통 없이 즐겁기만 한 일들을 생각나는대로 쭉 써보면 아마 해롭거나, 중독적이거나, 일시적으로 즐거운 것들만 남을거에요.


7.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거에요. 그럴 때는 딱 하나의 간단한 질문으로 할 일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중 가장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8.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할 때 취미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지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소수의 축복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까지 받을 수 있는 일의 기준은 그 일을 통해 벌 수 있는 ‘수익’입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나에게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면 그 일이 바로 내가 하고싶고 또 해야하는 일이지 않을까 해요.


9. 저는 대학생 때 특별히 하고싶은 일이 없었어요. 학교 수업은 성실히 들었지만 남들은 몇개씩 하는 학회나 동아리도 해본 적이 없어요.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며 학교-피씨방-집을 반복하는 일상이었습니다. 남들 다 해보는 휴학도 한 번 없이 군대 2년도 방학에 맞춰 다녀와 만 6년만에 학교를 졸업을 하고 당장 갈 수 있는 곳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게 될지, 이 일을 하며 이렇게 보람을 느끼게 될지, 이 일로 책을 쓰고 강연을 하게 될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고통의 나날이었어요.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저는, 어제도 힘들었고 오늘도 힘들 예정이에요.


10. 뭘 하고싶은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해요. 일단 ‘할 수 있는 일’들을 이것저것 해 보면서 과정의 고통을 감수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가 가는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런 일을 하는 나에게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할수 있고, 하고 싶고, 또 해야하는 일을 찾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보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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