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맹신자나 완벽주의자와는 다른 ‘문제 해결사’의 모습
마케팅팀에서 일 하다 보면 데이터나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제안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마주치기 싫은 부류가 효율성 맹신자와 완벽주의자입니다.
효율성 맹신자를 만나면 보통 “이건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꼭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사실 이런 분들은 회사에 꼭 필요해요. 일정 규모 이상을 이룬 회사에서 성과 달성을 위해 ‘효율성 개선’만큼 중요한 일은 많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어떤 일이건 사람이 하는 일의 70%는 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저는 이 말이 회사, 특히 스타트업에 잘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건 처음 하게되면 시행착오도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아 약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 효율성 맹신자들은 약간의 애매모호함을 감수하는 ‘시도의 낭비’를 하는 대신에 아예 시도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낭비가 아니라 한방에 좋은 투자가 될 일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또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회사가 늘 하는 일만 반복 할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모든 회사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완벽주의자를 만나면 보통 “결과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아 결론 내릴 수 없다”라는 말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이런 분들 또한 회사에 꼭 필요해요. 완벽주의자의 명석한 논리로 데이터나 분석에 있어 회사의 수준을 높이는 질문과 첼린지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논문 수준의 모델링을 통한 분석과 완벽히 통제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 만을 믿는다면 문제입니다. 우리가 일 하는 곳이 실험실이 아니라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든 것이 측정 가능한 세상에서 완벽하게 짜여진 해답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는 실무 마케터로 구성된 평범한 팀에 연구원 수준의 엄격한 실험 방법론과 세부 분석 규칙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일이나 아이디어의 근거가 되는 세부적인 데이터나 분석에 수 많은 질문을 하면서요. 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완벽한 해답은 마케터들의 실행 속도를 늦추게 만듭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일하며 만났던 훌륭한 ‘문제 해결사’들은 이와 반대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번에 ‘완벽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끝내 좋은 해답’을 찾았던 사람들이었어요.
1. “현재의 데이터로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에 집중
문제 해결사들은 완벽주의자와 달리 어떻게 완벽한 데이터를 수집할까가 아니라 ‘현재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습니다.
수집되고 있는 데이터가 불완전 하더라도 본인이 실무를 하며 고객의 가까운 곳에서 매일 얻은 정보들과 분석된 데이터를 결합하여 고객이 그런 데이터를 남긴 동기와 이야기에 집중한 가설을 만들어 냅니다. 그들의 가설로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해석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가설은 대부분의 데이터를 연결하여 의미를 해석하는데 충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2. “어떻게 적은 비용과 위험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에 집중
문제 해결사들은 효율성 맹신자와 달리 어떻게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적은 비용과 위험으로 가설을 검증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습니다.
본인의 가설이 무조건 맞거나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시도해서 확인해 볼 정도’까지 구체화하여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를 위해 가설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기꺼이 포기하거나, 퀄리티를 낮추거나, 조금 어설프더라도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러 사람의 손을 빌리기 시작하면 금방 ‘큰 프로젝트’가 되어 버리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얻은 결과와 데이터로 또 다른 스토리와 가설과 실험 계획을 세웁니다.
문제 해결사들이 말하는 아이디어나 제안은 효율성 맹신자나 완벽주의자가 만족할 만한 완벽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혼란한 세상에서 일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불완전하지만 데이터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작은 위험을 감수할 방법을 찾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남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실행을 통해 가설을 검증해 냅니다. 특히 일의 초반에 누군가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반대를 마주하더라도 기꺼이 촉매 역할을 합니다. 이들이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했던 실험의 결과들이 결국은 촉매가 되어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많이 목격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효율성 맹신자와 완벽주의자를 자주 만나게 되면 이들도 금방 지치거나 풀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촉매제로 활용하여 끝내 좋은 해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손가락질을 받고 있을지도 모를 훌륭한 문제 해결사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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