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현직 Aug 14. 2023

커리어라는 책의 작가

내 커리어 씨앗을 키운 문장

Trust your next chapter because you are the only author.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이직한 회사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새로운 동료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마침 제가 이직한 첫날이 그 스타트업의 이삿날이라 정신없는 동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더 어색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4번의 이직을 했고 지금은 다섯 번째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학생 시절에 이사나 전학도 한번 해 보지 않은 제가 처음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했을 때는 참 겁이 많이 났습니다. 완전히 다른 곳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인정받으며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이직을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참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이직을 결심할 때까지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버지의 커리어도 파라만장했습니다. 병원 원무과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제가 기억하는 가장 첫 번째 아버지의 일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오래 근무를 하셨고, 나중에는 병원에서 나와 사업을 하셨습니다. 병원에서의 경험을 살려 의료 용품을 수입하고 납품하는 사업을 하셨어요. 꽤 오래 하셨고 어떨 때는 큰돈을 벌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외환위기도 있었고 사업이 힘들어져 정리하시고 다시 병원에서 일을 하시다가 얼마 전 은퇴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은퇴 후에도 쉬지 않으셨어요. 집 근처 대학교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을 해 주는 과정이 있었는데요. 아버지는 그 대학교에서 여러 수업을 들으셨습니다. 종종 아버지가 어떤 수업을 듣고 있는지 신나게 설명해 주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중장비 운행부터 드론 운전, 기계 정비와 같은 것들이었어요. 집에 가면 아버지가 수업을 들으며 필기를 한 공책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요. 반듯한 필기에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공책 여기저기에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게 반가운 목소리로 연락이 왔습니다. 큰 비행기를 만들고 조립하는 공장에서 일하게 되셨다고요. 처음에는 좀 놀랐습니다. 줄곧 사무실에서 일하시던 아버지가, 그것도 적지 않은 연세에 공장에서 일을 하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금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경영학과를 졸업하셨지만 공대생에 가까웠습니다. 못 고치는 기기가 없었고, 못 만드는 가구가 없었어요. 어릴 때는 아버지를 보며 저도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요.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기계, 장비, 수리 같은 것들을 정말 좋아하셨던 것이었어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던 저는 아직도 물건이 고장 나면 아버지를 찾습니다.


아버지는 자동차, 오토바이, 비행기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집에 정교한 프라모델이 정말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프라모델을 그냥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드는 수준이셨어요. 실제와 다른 부분은 나무를 직접 깎아 부품을 만들어 조립하기도 하셨어요. 도색은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하게 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진짜 비행기’를 조립하는 공장은 그저 큰 놀이터였어요. 아버지는 저희 남매에게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아침 일찍 공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공장 불을 탁 켜면 천장의 조명이 차례로 켜지면서 어제 조립하던 큰 비행기 구조물이 눈앞에 딱 들어오는데,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빠는 이런 일을 60이 넘어서 찾았는데 너희들은 빨리 찾길 바란다.”


한 때 사장님 소리를 들었던 아버지가 공장에서 일하게 되셨을 때 한편으로 얼마나 걱정이 되셨을까요. 하지만 아버지는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셨고, 서른 살이나 어린 입사 동기들을 얻었고, 꿈에 그리던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내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가끔은 도전이 필요하구나. 


--



이직을 몇 번이나 한 저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잘 알아보고 또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스로가 더 잘 성장할 수 있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회사를 찾기 위해 모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Trust your next chapter because you are the only author. 


경험 상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더 큰 문제가 있는 곳’에 있었어요. 큰 문제를 해결해야 그만큼 값진 교훈과 배움을 얻어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마다 이 문장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려요. 내 몸에 꼭 맞는 일을 찾고 성장하기 위해서 더 큰 문제가 있는 곳으로의 도전이 필요하고, 그 도전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어차피 여러분이 커리어라는 책의 유일한 작가입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보내 주세요 :) 
이전 01화 커리어라는 씨앗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