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돼
얼빠진 채로 비가 걷힌 와이키키 바다를 바라보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거기에 내가 여태껏 원했던 세상이 있었다. 진짜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세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눈앞에 말도 안 되게 예쁜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좌우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서 쳐다봐야했다.
호우주의보가 내렸던 우중충한 하와이는 온데간데없었다. 하와이도 그저 그런 관광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말이 달랐다. 세상 모든 곳이 쉴 새 없이 반짝였다. 심지어 공기 중에도 햇살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한국의 두 배 쯤 되는 햇살이 바다를 내리쬐면 그 햇살을 바다가 또 공중으로 튕겨냈다. 여기저기서 하얀 거품이 일면서 파도가 쳤고 그 위로 반짝이는 서퍼들이 미끄러져 내렸다. 이게 진짜라고? 이런 풍경이 진짜 눈 앞에 펼쳐진다고? 날씨가 이럴 수가 있다고? 이렇게 세상에 예쁜 곳이 있었다고? 어떻게 이게 존재할 수 있는 거지? 난 왜 여태 몰랐던 거지? 말도 안 돼. 혼잣말을 했다.
말도 안 되게 예쁜 풍경을 보면 나는 혼잣말을 한다는 걸 그 때 알았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이 웃고 있었고 하늘을 쳐다보면 초록색 야자수가 일렁였다. 세상의 행복이 여기 다 모여 있는 것 같아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여기서 한 달이란 시간을 보낼 거라니. 그런 결정을 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지경이었다. 벅찬마음으로 구수진 짜식 잘했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일이 바로 여기서 일어날지 하나도 몰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