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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Apr 13. 2023

폐업하는 편의점에서 생긴 일

( 과자 )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집에서 걸어가기에는 애매한 위치다. 그래서 날마다 가고 싶지만 일주일에 한 번, 운전을 해서 가곤 한다. 카페 앞에 커다란 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도 편하고, 햄치즈 파니니가 맛있는 곳. 가족이 운영하는 곳인지 가면 부부, 수업을 마친 딸, 가끔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신다.


파니니와 아메리카노 세트가 7000원.

요즘 시대에 이런 가격이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다정한 가격이다. 그날도 늘 먹던 메뉴를 주문했는데,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 알바생이었다. 다소 긴장한 듯한 행동이지만, 처음 일을 접할 때의 떨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그녀의 에너지에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볼 때의 설레는 감정이었다.


자리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으며 메모를 하고 있었는데, 좁은 공간이라 그런지 둘의 대화가 들려왔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서 들어가."

"이것만 하고 갈게요."

"아니야. 어서 들어가. 내가 시간을 못 봤네. 어서어서."


알바생이 일을 마칠시간이었나보다.

일을 더 하겠다는 알바생과 빨리 보내려는 사장님.

둘의 달콤한 실갱이가 계속되었다.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장면이었다. 이런 태도의 사장님의 카페라면 나도 오래오래 손님이 되고 싶었다. 사랑이 넘치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우유를 사러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입구에 들어서는데, 사장님이 다짜고짜

"현금 없으면 물건 못 팔아요."

라고 말했다. 영문을 몰라"네?" 하며 가방에 지갑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있었다.

들어가 보니, 가게의 선반이 텅 비어 있었다. 무슨 일이지?


"모든 물건 다 1+1이에요. 곧 가게 문을 닫아서 물건을 처리하고 있어요."


폐업준비로 카드결제가 안 되는 거구나. 그제야 현금만 된다는 이야기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과정 설명이 빠진 한국말은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와인도 1+1

과자도 1+1

오징어도 1+1

맥주는 4+1이었다.


가끔 행사하는 이벤트로 이런 적은 있었지만, 모든 물건이 다 1+1인 곳은 처음이었다. 계획에도 없던 맥주도 담고, 과자도 담고, 초콜릿도 담았다. 와인도 살까 어슬렁 거렸지만 이미 많이 사가서 마땅히 살게 없었다.

1+1 마트에 들어온 듯, 손님인 나는 신나는 순간이었지만 왠지 마음 한쪽이 시큰거렸다.


사장님이 왜 문을 닫을까? 에서부터 이 모든 물건을 손해 보며 팔아야 하는 그 마음을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되는 순간일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마음속에서 즐거움 반, 슬픔 반이 쌍쌍바처럼 붙어 있던 날이었다. 이런 경험은 낯설었다.

웃으면 웃고, 슬프면 울면 되는데, 두 가지의 감정이 공존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들어와 종알종알거리며 젤리를 고른다.

하나 더 가져오라는 아저씨의 말에 기뻐 폴폴폴 뛰었다.




선반의 물건이 다 팔렸으면 좋겠다.

비록 문을 닫지만 성공하는 폐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오늘의 언박싱 _ 일본에서 온 과자 >


현지에 사는 친구가 고른 일본과자. 일본 여행에 가서도 어떤게 맛있는지 몰라 무작정 사 먹은 기억이 있다. 당연히 실패의 확률도 높았는데, 이번에 온 과자는 하나같이 다 맛있다. 일본에 살면서 좋아하는 것들만 모아놓은 구성이기 떄문이다. 특히 키리 모찌. 후라이팬에 구워서 소스에 찍어먹으니 쫄깃쫄깃해서 입 안의 행복이 몰려 왔다. 10일의 행복이 예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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