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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Oct 23. 2024

키링을 8개나 달고 다니는 이유가 뭐야?

내 안에 없는 귀여움을 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키링을 샀다. 몇십 년을 살면서도 키링에 관심 없었다. 문구점에 늘어선 다양한 모양의 키링을 보면서도 스쳤다. 길가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검은 가방에 매달린 키링들을 보면서도 시큰둥했다. 어느 날, 아이의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가방을 거실에 던져놓고 방에 들어가 노는데, 친구들의 가방 중 유독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가방이 나무인 듯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 키링이 가득했다. 신기해서 하나하나 세어 보니 양쪽에 총 8개가 달려 있었다. 하나의 키링은 별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는데, 여러 개의 키링을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동전 지갑, 개구리, 토끼, 폼폼 등 다양한 디자인이었다. 키링들의 일관성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가방이 잊혀지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그때, 가방에 키링 가득 달고 온 친구 있잖아. 그 친구 키링 좋아해?”

“아니.”

“아니라고? 안 좋아하는데, 키링을 8개 달고 다녀?”

“아 그거? 친구들이 선물해 준 건데, 그거 그냥 다 달고 다니는 거래.”     


좋아하는 키링을 선별해서 다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 준 마음을 다 달고 다녔다. 초등학생 들은 용돈이 적기에 친구들끼리 하는 선물이 키링, 스티커, 포토 카드 등 이었다. 친구들끼리 키링 선물을 주고받지만, 그걸 다 달고 다니는 건 아니었다. 우리 아이만 봐도, 자기 스타일이 아닌 건, 나에게 넘기거나 서랍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기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친구들이 준 선물이니 다 매달았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키링보다 예뻤다. 사연을 알고 보니, 종류가 각각이었던 이유도 이해되었다. 그 후로 내게도 새로운 충동이 생겼다.     

‘키링 한 번 달아볼까?’     



스치기만 했던 키링의 세계로 입장한다. 그렇게 산 첫 번째 키링은 양모로 만든 자주색 비트였다. 밋밋한 가방에 귀여움 한 스푼을 더해준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가방 예쁘다는 소리보다 키링 귀엽다는 소리를 더 자주 들었다. 이것이 키링의 매력이구나. 한 번 관심이 생기니 다른 사람들의 키링도 궁금해졌다. 다이소에 가서도 키링 코너를 어슬렁거렸다. 동전 지갑 키링이 눈에 띄었다. 색도 예쁜데, 동전을 넣을 수 있는 기능까지 있다니…. 카톡에 등장하는 이모티콘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듯, 마음에 드는 키링을 발견하면 엔도르핀이 돌았다. 이것이 키링 치료인가? 그렇다면 귀여운 치료는 계속되어야 한다. 


오늘의 다이소 쇼핑 _ 키링 지갑 /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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