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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Feb 25. 2022

결혼 기념으로 부부 상담을 합니다

MBTI 궁합은 보셨나요?

서로의 금쪽이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육아 프로 그램을 자주 본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육아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들이 방송국에 의뢰를 하고 정신건강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님이 ‘금쪽 처방'을 내려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과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고 문제 행동을 하는 금쪽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 처방’에 금쪽이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나는 ‘금쪽같은 내 새끼’가 단순히 육아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신혼인 나에게는 나와 아내가 비춰 보인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인기라지만 주변에 직접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험난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심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남들에게 이야기하기 창피한 것인지 아직도 정신과 진료나 심리 상담을 터부시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남들의 시선이 문제가 아니었다. 저렴한 가격에 부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상담이 심리테스트 같이 느껴져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도 여겼기에 큰 고민이 없었다. 아내와 함께하는 6개월 동 안 이 사람과 같이 못 살겠다 싶은 큰 갈등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별일 아니지’ 하고 참고 지나쳐갔던 일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묵혀둔 일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더 잘해나갈 수는 없었을까?



말이 마음에 닿으려면


부부 상담은 2달 정도 진행했고 2주일에 한 번씩 1시간 30분 동안 상담을 받았다. 상담 전 심리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 선생님이 상담을 진행해주셨다. 심리 검사는 MBTI 검사, 문장의 빈칸을 완성하는 문장 완성 검사 그리고 법적으로도 효력이 있다고 하는 MMPI 검사를 받았다. 문항이 많아 꼼꼼히 답하려니 반나절은 걸렸다.


만능재주꾼 ISTP 입니다


아내는 겉으로는 사회성이 좋아 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곁을 잘 내주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을 열어준 소수의 몇몇은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들과 따뜻한 감정 표현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기 신뢰감이 높아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때론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어림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나는 좀 더 현실적인 성격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사실적인 근거가 중요하며 당장 내 앞에 닥친 일들을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 기분이나 의사를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인정하고 그대로 수용하는 성향이 강하다.


결혼하고서 처음 다투었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아내에 대해 '왜 집안일을 똑같이 나누는 것에 그렇게 민감하냐'라고 물었지만. 아내는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내는 자신이 해주는 일들에 대해 '네가 하는 것이 당연하지'라고 여기는 나의 모습에 서운했다. 고마운 마음 없이 자신에게 일을 떠넘기고 시키는 듯한 태도로 느껴져 화가 났다. 


나에게 중요했던 것은 공정한 집안일 분배와 함께 집안일을 잘해나가는 것이 었다면, 아내에게 중요했던 것은 공정한 집안일 분배가 아니라. 고마움과 애정의 확인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서로에게 중요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었고, 서로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내에게도 중요하리라고 여겼고, 아내 또한 그랬다. 우리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했지만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 한 채로는 말이 마음에 닿지 못했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었고 짧게 잡아 앞으로 팔십까지만 산다고 해도, 앞으로 아내와 함께 살아야 할 날이 50년이다. 사람들은 결혼 준비한다고 집 구하고 결혼식 준비한다고 고생이라지만 결혼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준비해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우리는 연애를 6년 하고 같이 살게 된 지도 1년이 되어 가지만, 부부 상담을 하고서야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은 면들이 많았다. 


나 자신도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데 부부라고 다를까. 같이 살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고, 같이 살아도 잘 모르는 것들이 있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30년을 넘게 같이 살아놓고도 ‘너희 아빠가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살았다'며 하소연을 하던 것이 여러 번이었다. 몇십 년을 같이 밥 먹어도 이해 못 할 것들을 지금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심리 상담 쯤은 몇 번이라도 아까운 시간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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