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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Feb 28. 2022

결혼의 완성

완성은 무슨

2020년 여름. 난 결혼을 결심했다는 글의 첫 문장을 쓰고 있었다. 대체 결혼은 왜 하나 싶었던 그때의 나는 ‘결혼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이고, ‘결혼을 하면 대체 내 삶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먼저 결혼한 선배들에게 물어도 시답잖은 농담을 듣기 일쑤였고 ‘너도 해보면 안다'는 둥. 영양가 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쯤에서 난 일생일대의 결정을 하기로 했다.


‘그게 뭐 별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 결혼이지 뭐. 같이 살아보지 뭐’


이왕 하기로 한 결혼, 우린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우리 마음에 드는 결혼을 해야겠다고 정했다. 우린 좀 더 우리의 취향과 의미를 담은 결혼식, 우리 다운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왠지 우리답다는 말이 좋아 보였다. 신혼집으로 이사를 하고, 마음에 드는 결혼 식장을 찾아다니고, 결혼식을 기획하며 그제야 나와 아내는 우리가 원하는 결혼을 조금씩 알아갔다.


브런치에 연재하던 글을 모아 전자책으로 엮어냈다. 


이제 곧 아내와 함께 살게 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년은 연습하는 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내왔다. 나 혼자라면 ‘이번만 특별히’, ‘처음인데 뭐’ 하고 대충 지나갔던 일들일 텐데. 아내와 함께 하게 되니 이런 나태한 태도부터 달라진다. 오늘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살아가게 되겠지 싶어 좀 더 진지하게 마주하고 더 제대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 우린 앞으로의 50 년을 연습하며 꽤 진지하고 끈기 있게 서로의 아내와 남편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결혼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일까. 결혼은 결혼 상대자를 잘 골랐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은 비싼 식장, 웨딩촬영, 스드메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하면서 골치 아픈 일들도 많이 생기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지지만 그런 것들을 잘 챙긴다고 완벽한 결혼이 되지도 않는다. 1년짜리 초짜 신랑의 답을 내려보자면 결혼이 완성되는 순간은 ‘서로가 결혼에 진심일 때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때’이다. 


우린 서로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 결혼 잘했다는 말로 우리를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것보다는 '결혼 잘하고 있다'는 현재 진행형이라면 좋겠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라면 그게 바로 우리 다운 결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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