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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Mar 20. 2020

내가 주식쟁이 아저씨가 될 줄이야

힘내세요 개인투자자 여러분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주식은 철없는 아저씨들이 도박 대신하는 돈놀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퀴퀴한 냄새가 풍긴달까. 내가 주식에 손대는 일은 없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나도 아저씨라고 할 만한 나이가 되니 돈은 많고 싶지만 월급만으로는 부족했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노동자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 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닌지, 여기저기서 재테크와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고 자연스레 주식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보게 된 첫 번째 주식 책이 '퀀트 모멘텀 투자 기법'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투자기법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았다. 주식 시장에는 나보다 뛰어난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욕심내지 않는 괜찮은 투자 대상이 있다. 그들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기다릴 수만 있다면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다.


사업보고서는 기초다


그 후로 주식 투자를 하는 여러 가지 방법, 그리고 어떻게 주식과 경제를 공부해야 하는지 배워나갔다.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의 책을 읽고,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의 책도 몇 권 읽었다. 재무제표 보는 방법도 공부하고, 즐겨보던 유튜버 알머리 제이슨의 사업보고서 읽기 챌린지에도 참여했다. 시작이 좋았다. 2020년에는 좋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연습 삼아 용돈으로 하던 주식 비중을 계속해서 늘려 나갔다. 올해 초 한 달 동안 3% 넘는 수익을 내고 기대로 부풀어 오르던 중이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만다.



주식 초보가 배운 것들   


욕심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해서 천천히 주식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었는데, 처음 계획한 것보다 욕심을 부렸다. 주식이 오르는 것 같으니, 내가 가진 주식이 너무 적어 보였고. 좀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마음에 계획보다 주식 비중을 빠르게 늘려버렸다. 기초라고 배웠던 자산 배분 따위는 욕심 앞에서 보이지 않았다. 주식으로 부자가 되려 하기보단 먼저 잃지 않도록 하자.  


공포

최근 명상과 요가에도 재미를 붙였고, 평정심에는 자신이 있었다. 주식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소액인 덕도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연이은 급락에도 평정심을 지켰지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던 지난주 금요일은 달랐다. 시야가 좁아지고, 입술이 마르고. 책에서 말하던 '공포'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싶었다. 역시 책과 실전은 달랐다.




지난 8월부터의 코스피 차트 



주식쟁이 아저씨의 마음


주식의 세계는 회사원의 세계와 다르게 '크고 아름다운 꿈과 희망'이 있다. 주식을 갖는다는 건 이론적으로는 자본가가 되는 길이기에 이런 마음이 잘못된 것만은 아닐 거다. 다만,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쉽게 부자가 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은 많은 공부와 노력이 있었을 거다. 반면에 계획도 없고 실천력도 없고 더구나 아는 것도 없다면 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운에 의존하는 투자로는 큰 성공을 하지 못한다.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이렇게 운에 의존하는 삶은 내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어 보인다. 우연히 부모님이 부자라서 된  금수저 인생이 부럽지 않고, 급등한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인생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운이 좋아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도, 내 삶이 가치 있는 삶이 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급락장에 손해만 키운 나에게도 꿈과 희망에 찬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위로를 보내고 싶다. 배우고,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면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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