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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Mar 29. 2020

당신이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하루가 지나가는 게 아쉬운 것이 아니다

새벽 2시가 넘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불속으로 들어갈 때의 포근함은 어디 가고, 답답하고 무겁기만 하다. 다리가 근질근질해서 움직여야 할 것만 같다. 몸을 옆으로 굴린다. 다시 편한 자세를 찾아보지만, 팔이 눌려서 오히려 불쾌하다. 몸 내부 온도가 내려가야 잠을 잘 수 있다는데, 발가락이 차가운 게 수족냉증인지 발끝 차가운 건 잠과는 관련이 없는 건가. 아무래도 화장실이라도 다녀와야겠다. 막상 자리에서 일어나면 피곤함에 휩싸인다. 몸은 잠을 원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리에 누우면 잘 수가 없다.


내일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지금 잠에 들어도 5시간, 4시간밖에 못 잔다. 12시에는 적어도 12시 30분에는 잠들었어야 했다. 한번 놓친 졸림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이대로는 잘 수 없을 것 같다. 억지로 누워있기보다는 뭐라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좋아하던 팟캐스트를 듣는다. 집중이 잘 되지 않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해지고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수면제 대신 지대넓얕. 돌아와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고 싶지 않은 마음

의욕에 차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들던 적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요 며칠간은 좀처럼 잠에 들기가 쉽지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요가를 벌써 한 달 넘게 가지 못한 탓도 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출퇴근 걷기와 같은 기본적인 활동마저도 못하고 있다. 운동 부족을 넘어서 이제는 활동 부족 수준이다. 몸이 점점 흐물흐물해지고 있다. 하루 종일 퍼져 있는데 따로 잠을 잘 필요가 없는 걸까.


육체적 활동만 부족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에 샀던 책은 아직 반도 못 읽었고, 애써 홈짐을 마련해놓고도 땀 흘려 몸을 움직여 본 적은 손에 꼽는다. 매일 꾸준히 해보자던 글쓰기도 일주일에 한 번 쓰기가 버겁다.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정작 오늘 한 일은 하나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생활 패턴이 망가져 버렸어!'라고 책임을 돌려보지만 사실 다 알고 있다. 게으른 나의 책임이다. 오늘은 수고했으니 쉬어도 괜찮을 날이라고 위로하며, 유튜브와 게임으로 빠져들면 다시 멈추고 잠을 청하기도 힘들다. 이런 날일 수록 잠들기가 아쉽다. 제대로 놀지 못해서 아쉬운 게 아니다. 하루를 온전히 살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늦게 자면 내일이 짧다



아쉽기보다 기대하기

늦게 잔다고 하루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 지금 늦게 자면 내일 늦게 일어난다. 억지로 일찍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엉망인 컨디션에 생활도 엉망이 된다. 조삼모사다. 그럼에도 지금 잠들고 싶지 않은 건 멀리 내다보기보단 눈 앞의 시간에 몰입해서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근시안을 가졌다. 


일찍 잠들기 위해선 오늘이 아쉽기보다는 내일이 기대가 되어야 한다. 머리만 대면 잠들었던 때를 되돌아보면 그때는 내일이 설레었다. 다음날이 소풍인 것 마냥 내일 할 일이 기다려졌다. 내일이 기다려지려면 끝나가는 오늘보다 다가오는 내일이 더 나은 하루가 되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는 있다. 사람에게도 관성이 있어서, 오늘 살았던 것처럼 내일을 살게 된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 일부러 몸을 더 움직여보자. 조금이라도 책장을 넘겨보고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 남겨본다. 



내일을 그려보기

그래도 자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면, 하루를 미리 사는 것처럼 내일을 시뮬레이션해보자. 미뤄왔던 나만의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거나 봄을 맞아 짧은 나들이를 계획해도 좋고, 그마저도 어렵다면 먹고 싶은 저녁 메뉴를 정해두는 정도로 사소한 일이라도 괜찮다. 내일이 기다려질 만한 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기분 좋은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어느새 다음날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만일 내일이 월요일이라서 기대하는 것보다 피하고 싶은 일로 가득 차 있다면, 오히려 어려운 일들이 술술 풀리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을 거다.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갈고닦으면 정말로 내일을 행복한 모습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어바웃 타임>> 에서 시간여행을 하는 주인공은 이제는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며 말한다.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온전히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이대로 맞이하기 아쉬운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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