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따가 Jan 31. 2021

유튜브 디톡스 1주일 되었습니다

중독을 이겨내는 방법

광고 볼 시간도 아까운 난 유튜브 프리미엄 유저다. 동물, 게임, 운동, 주식, 요리, 부동산, 인테리어 채널까지...  작년 한 해 동안 구독하는 채널이 많이도 늘어났다. 그리고 구독 채널이 늘어날 때마다 내 생활도 늘어져 갔다.


예전에는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드는 아침형 인간이었지만 유튜브에 빠진 후로는 2시 넘어서 자는 건 예사가 되어버렸다. 취침 시간이 늦어지니 자연히 기상 시간도 늦어졌고, 헐레벌떡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날도 많아졌다. 나의 여가 생활은 곧 유튜브 시청이 되었고. 정작 '내 시간'은 부족했다.


책 읽을 시간도, 운동할 시간도, 글 쓸 시간도 없었다. 내 시간이 부족해질수록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더 쉬고 싶었고 '잘 쉬는 방법'은 책상 위에 다리 하나 올려두고 (눕는 것도 좋다) 유튜브 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유튜브 중독에서 벗어나기


행동 중독은 잘못하고 있다는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약물 중독만큼이나 끊기가 힘들다고 한다. 생활을 망가뜨린다는 사실 만으로 약물과 다른 게 없는데, 사람들은 유튜브를 치료해야 할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다른 중독적인 물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 신경회로를 변형시키고, 보면 볼수록 더 많은 도파민을 찾게 만든다. 새로고침만 하면 계속해서 자극적인 썸네일을 노출시키는 유튜브는 끝없이 도파민을 충족시켜줄 것만 같은 천재적인 발명품이다.


유튜브 디톡스를 하게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우연히 본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기사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반쯤 실수로 내뱉은 말이 시작이었다. 채팅창에 저 말을 쓰고 후회를 했다.


충동적인 선언이었다


유튜브 끊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내 손가락은 무료한 시간이 찾아오면 무의식적으로 유튜브를 실행시켰다. 말목 자른 김유신 마냥 손가락을 자를 수도 없어 이런 일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실수로 유튜브를 열면 자극적인 썸네일에 혹했지만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바로 유튜브를 껐다.


아예 하지 않기가 조금만 하기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꼭 봐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다. 이번 주에 주식시장이 급락해서 주식 유튜브를 보고 싶었지만, 유튜브 본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꾹 참았다.



유튜브 없는 삶


유튜브를 한 번 보면 계속 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처럼 유튜브를 안 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선순환이 시작된다. 한 번 유혹을 이겨내면 작은 성공을 했다는 뿌듯함과 이 정도는 어렵지 않다는 자기 효능감이 향상되고, 디톡스 사흘째부터는 예전처럼 잠을 일찍 자게 되어, 다음날 컨디션이 좋아지고 회사일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만큼 유튜브 디톡스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생긴다. 덤으로 피부도 고와져 버렸다.


디톡스의 시간이다


1주일이면 아직 긴 시간은 아니다. 적어도 6개월은 지속할 수 있어야 평생 중독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벌써부터 유튜브가 뭐가 그리 재미있나 싶다. 재미있기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찾기 위해 관성적으로 새로고침 하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지.


유튜브를 보지 않아 다시 찾게 된 '내 시간'이 오늘은 생각보다 너무 길어 당황스럽다.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지만. 그 선택지 중에 이제 더 이상 유튜브는 없다.

이전 09화 쉬어가야 더 멀리 갑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