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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Oct 06. 2021

그래서 우리 다운 결혼식이 뭔데

특별한 결혼식 기획하기

결혼식은 어떤 자리일까. 사람들마다 결혼식에 기대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우리는 결혼식이라는 자리가 평소 고마웠던 지인들에게 신랑 신부가 함께 살게 되는 것을 축하받고. 신랑 신부는 하객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다. 우리를 축하하러 온 하객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하객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의 결혼식도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무언가를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기획이 필요하다. 기획은 만들고자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고민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부분들로 구성한 결과물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가 의도한 것을 얻어 간다면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우리는 결혼식을 구상하며 우리가 기대했던 결혼식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식순 정하기


결혼식 식순으로 정하며 형식적이거나 지루한 순서는 빼고 그 시간에 우리가 결혼에 임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부모님이 참여할 수 있는 순서도 넣었다. 제목만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순서도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우리의 방식대로 바꿔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신랑, 신부 입장은 남자 여자 구별 없이 우리가 같은 곳에서 동등하게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동시입장을 했다. 장인어른이 서운하실 수 있는 일이었지만, 우리 뜻을 말씀드리니 감사하게도 동시 입장할 수 있게 양보해주셨다.


혼인 서약서는 내가 브런치에 썼던 혼인서약서에 진심입니다 를 읽기로 했다. 혼인서약서는 사랑을 맹세하거나 가벼운 재미 위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인데. 나는 그런 내용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평생을 잊지 않고 싶은 내용을 함께 고민해서 적었다. 부모님 덕담도 축하하는 말보다는 아버지들이 진심으로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격식 있게 쓰기보다는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주시는 것이 결혼식을 더 빛낼 수 있는 일 같았다.


흔히 축가는 친구들에게 부탁하지만 엄마가 전부터 내 결혼식 때 축가를 부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었기에 이 시간 만은 엄마의 시간으로 준비했다. 보통 부모님이 축가를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었는데, 눈물 많은 엄마가 도중에 눈물을 흘리시면 어쩌나 하면서도 엄마가 불러주는 것만큼 의미 있는 축가는 없을 것 같았다.


시상식은 조금 특별하게 준비해보았던 순서지만 사실 다른 스몰웨딩 경험담을 찾아보며 벤치마킹했다. 시상식에서는 우리가 결혼식을 치르기까지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상장과 함께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평소 우리와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낸 친구, 우리가 연애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 친구. 어릴 적부터 보살펴준 삼촌. 그리고 부모님에게 드리기로 했다.



하객 초대하기


시국이 시국인지라 하객은 49명밖에 부를 수 없었다. 우리가 함께 아는 친구들과 신부 측, 신랑 측으로 공평하게 1/3 씩 하객 수를 나눴다. 회사 동료들도 못 부르고 각자 친한 친구들도 못 불렀지만, 오히려 소중한 주말 시간이 아깝지 않을 사람들만 참여하게 된 것 같다. 친구들에게는 축의금을 따로 받지 않았는데. 다들 가까운 친구들이라 식장에서 맛있는 밥 한 끼 사준다 생각하면 식대는 아깝지 않았다.

하객들 자리에 두었던 이름표


식장에서는 하객들 자리를 정해두었기에, 자리마다 둘 네임카드를 만들어 출력해갔다. 코로나로 걱정이 많이 되셨을텐데, 오시기 어려운 자리인데도 와주셨던 거라 생각하니 이름표 하나까지도 좀 더 신경 쓰게 된 것 같다.



꼼꼼히 하나씩 챙겨간 것들


청첩장과 식전 영상, 축가 영상, 시상식 영상, 상장은 물론이고, 입장할 때 행진곡은 무엇으로 할지 이름표 디자인은 어떻게 할지와 같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우리가 정해야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빠진 것 없이 준비하는데 여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끼리도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달라 티격태격하기도 했는데 보통은 신부 의견이 더 좋은 것 같다... 신랑 분들은 고집부리지 말자!


하객들에게 준 상장


대부분의 신랑 신부들이 이런 행사를 직접 기획해서 사람들을 초대해 본 것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우리는 결혼식 전날까지도 혹시 빠진 것은 없는지 불안했다. 평범한 결혼식에 비하면 사람도 적게 오고, 와주는 친구들도 다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웠는데. 만약에 크고 화려한 결혼식이었다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 역시 결혼식은 작게 해야한다.


결혼식 전날 밤. 둘이 함께 리허설을 해보았다. 긴장이 많이 될 것 같았지만, 막상 리허설까지 해보니 너무 별 것 없나 싶기도 했다. '준비한 시간이 짧지 않은데 괜히 힘 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평범하고 싱거운 건 아닐까. 혹시 하객 분들이 지루해하시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그래도 이왕 하는 거 후회 없이 준비한 것 같아 후련했다. 게다가 이쯤 되니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마치 할 만큼 다 공부해 놓고 시험 시간을 기다리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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