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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출 Nov 08. 2019

씨앗 냄새

1부 질긴 인연8 독해야 산다


  8

  독해야 산다





  요즈음 아들과 함께 병원 다니느라 좀 바빴다. 아들은 항암 후유증으로 복통이 심해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들 복부는 임산부처럼 불러오고 있다. 속이 매슥거리고 불편하다 보니, 보는 사람이 불안하다.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3년 전 아들의 목 부위에 생긴 암 덩어리를 처음 제거한 병원이다. 아들도 그 안에서 진료를 기다렸다. 몇 가지 증세를 확인한 후 병원 측은 절차를 밟으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단지 복부에 찬 가스를 배출하는 것이었는데, 아들은 항암 중이기 때문에 함부로 피를 뽑거나 주사를 맞거나 해도 안 된다. 그런데도 병원 측 규칙에 따라 다시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 측의 심정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솔직히 화가 치밀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하루만 꾹 참자!” 내일 아침 일찍 아들이 치료하고 있던 S 대학병원을 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하늘에는 둥근 달이 둥실 떠 있다. 아들의 하룻밤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 “아들아! 너에게 주어진 고통조차도 감사히 받아들여라!” “그러면 반드시 고통은 사라질 것이다.” 혼자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행운목 꽃망울은 이틀 새 많이 자랐다. 다음 주쯤 꽃이 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은 오로지 아들의 병에 대한 걱정으로 정신이 혼란스럽다. 아들만 떠올리면 마음이 아파져 온다. 첫 번째 항암 주사를 맞은 후 그렇게 식성 좋든 아들은 죽으로만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항암 부작용으로 세균감염과 고열을 염려하여야 한다. 주의사항으로는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식사 전후에는 꼭 손을 씻는다. 또한, 열이 38도 이상 오를 때는 즉시 응급실로 올 것 등이 있다. 항암 주사 첫 번째부터 부작용이 나타나니 걱정이 태산 같다.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괜히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간호사가 아들 이름을 부른다. 함께 안으로 들어가 담당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모니터에는 아들 복부 엑스레이 사진이 나타났다. 온 데가 까맣다. 복부 전체에 가스가 차 있다. 우선 가스를 배출하려면 관장을 해야 한다며 다른 병실로 안내한다. 관장도 위험하기 때문에 각서를 썼다. 만약에 있을 의료사고에 대비하려는 조치다. 항문에 고무호스가 주입되고 15분이 지난 후 용변을 보라는 말만 남기고 담당 의사는 관장실을 빠져나갔다. 나의 오른손은 아들의 항문을 막고 있었다. 아들이 용변을 호소한다. “알았다!” 아들은 시원함은 못 느꼈지만, 사흘 만에 보는 용변이라, 나는 비로소 안도했다.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관장 후 상태를 확인했다. 사진 분석 결과 가스는 많이 배출되었지만, 복통은 당분간 지속할 거라는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원인은 항암 부작용으로 흔치 않지만 “신경 독소”가 나타난 것이다. 신경 독소를 조기에 없애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부작용이란다. 부작용 때문에 세 번째 항암 투여가 중단되었다. 당분간 아들의 몸 상태를 봐가면서 다시 항암 주사를 맞기로 하고 가스가 배출되고 복통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부작용이 일어난 지 6일째 되던 날 아들의 복통은 사라지고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난 뒤부터는 평소와 같이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것이다. 혹시 저러다 다시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때로는 잘돼도 걱정, 못돼도 걱정이다 보면 삶 자체가 걱정뿐인 것 같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아프다는데 마음 편할 리 있겠는가, 자식도 부모가 아프면 똑같이 마음 아플 것이다. 가장 큰 효도와 사랑은 “부모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 “부모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했는데 아들 마음도 편할 리가 만무하다. 자식에게 가장 큰 부모 사랑은 어떤 것일까, 많은 부끄럼을 느끼는 심정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아들의 지난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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